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 17대 필리핀 대통령에 취임했다. 부친이 하야한지 36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부친과 이름이 같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대통령 당선인은 30일(현지시각) 정오 수도 마닐라의 국립박물관 앞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부친은)독립 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나라에서 큰 성과를 낸 인물”이라면서 “전임자들에 비해 더 많은 도로를 건설하고 식량 생산 증대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아들인 나도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뒤 “시민들이 부여한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으며 충실히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본인이 농업부 장관도 겸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특사단장 역할로 필리핀에 파견됐다. 카멜라 헤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등이 축하 사절로 왔다.
한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시니어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하면서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특히 1972년부터 1981년까지는 계엄령을 선포, 수천명의 반대파를 고문하고 살해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1986년 부정선거로 인해 분노한 필리핀 국민들이 이른바 ‘피플 파워’ 혁명을 일으켜 마르코스를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36년이 지난 지금, 필리핀 국민들은 다시 한 번 독재자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또 다른 마르코스를 선택함으로써, 필리핀 국민들은 역사를 잊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을 비판했다.
인니투데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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