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여나가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인도와 중국이 값싼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대거 늘리면서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제한적인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속에서도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이랬던 EU가 연말부터 해상 유조선을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 석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석유 양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인도와 중국은 러시아 원유의 최대 구매자다. 실제 러시아의 전체 해상 수출 원유의 50% 이상을 이 두 나라가 사들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유럽연합 27개국의 수입량을 넘어섰다.
인도는 주로 러시아산 우랄유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초부터 수입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동아시아 지역 동시베리아-태평양송유관(ESPO)에서 나오는 원유도 사들이고 있다.
한편 중국 역시 지난 3월부터 우랄유와 ESPO유를 다량 사들이고 있다. 7월 초에는 두달 연속 가장 많은 양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스리랑카는 러시아산 원유를 3차례 선적하도록 요청했다. 최근 미얀마 군부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통제해 러시아가 원유로 얻는 수익을 제한하고 고물가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G7 재무장관들은 이날 화상 회의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국가별로 가격 상한제 시행을 위한 조처를 긴급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재무부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위한 단순 강제이행 체계를 만들고 대러시아 제재에 불참하는 중국과 인도에는 자국 이익을 위한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장기 계약을 할 경우 “최대 3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한 서방 당국자는 블룸버그에 “러시아가 가격 상한제 도입을 타개할 목적으로 이런 제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G7은 원유 금수 조치가 시행되는 오는 12월 5일부터 가격 상한제를 고려 중이다. 원유 수입을 막아도 이로 인해 가격이 폭등한다면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어떤가. 산디아가 우노(Sandiaga Uno)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은 정부 보조 연료비 인상에 앞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산디아가 장관은 최근 SNS에 “러시아가 국제 시장가격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인도네시아에 원유를 팔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이 해당 제안을 검토했으나, (러시아 원유를 수입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이크훌 이슬람(Syaikhul Islam) 하원의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8월 24일 에너지광물자원부 아리핀 타스리프(Arifin Tasrif) 장관과의 실무 회의에서 “30% 더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 제안이 있다면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이로 인해 연료비 인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연료 문제는 심각하지만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제재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또한 전체 수출의 11%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읽힌다.
한편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Badan Pusat Statistik)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442만t), 나이지리아(392만t), 호주(141만t)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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