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안 마하라니(Puan maharani) 국회의장의 옥외광고판 밑에서 간자르 프라노워(Ganjar praniwo) 중부자바 주지사가 두 팔을 들고 있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자 이에 대해 투쟁민주당(PDI-P) 원내 선거승리팀의 수장 밤방 우르얀토(Bambang Wuryanto)는 댓글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진 속 간자르 주지사는 ‘2024 놀라운 승리–해트트릭’이란 광고 카피를 단 투쟁민주당의 대형 옥외광고판 밑에서 포즈를 취했다. 2024 대선에 투쟁민주당이 다시 대통령 당선자를 내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연임을 포함해 투쟁민주당의 연속 세 번째 집권을 하는 셈이 되므로 ‘해트트릭’이란 용어를 쓴 것이다.
간자르가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해당 포스팅에 간자르가 ‘Saip!’이라고 캡션을 넣은 것과 굳이 투쟁민주당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묻자 간자르는 당연히 있다고 답했다. ‘Siap’이란 일반 구어체로는 군대 같은 조직에서 상관의 명령에 대해 ‘잘 알겠습니다’고 대답할 때 쓰는 단어다.
“당연히 의미 있지요. 투쟁민주당은 해트트릭을 이뤄야 하고 난 투쟁민주당 중부자바 지구당 간부이니까요!” 4일 구말라 호텔에서 유럽연합 대사와 ‘무역 및 투자에 대한 대화’ 행사의 개막 선언을 마치고 나오던 간자르 주지사는 이렇게 답변했다.
게재된 사진과 이에 대한 설명은 투쟁민주당 간부의 일원으로서 간자르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보여준다. 사진 속의 간자르는 모자와 운동용 셔츠, 반바지, 운동화를 착용하고서 가자마다 거리에 설치된 옥외광고판 밑에서 두 팔을 올려 양손에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혹시 아니스 바스웨단(Anies baswedan) 자카르타 주지사가 2024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직전 의도적으로 해당 포스팅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간자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 없죠. 누가 뭘 선언한다고요? 난 모르는 일이에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재빨리 호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버렸다.
진의를 묻는 질문
한편 투쟁민주당 내에서 푸안 마하라니를 2024 대선 후보로 적극 지지하고 있는 밤방 우르얀토 의원은 해당 포스팅에 오른 ‘Siap’이란 단어의 뜻을 오직 간자르만이 알 것이라는 미묘한 코멘트를 내놓았다.
그는 ‘siap’을 ‘준비한다’는 사전적인 의미로 전제하며 이렇게 말했다. “뭘 준비한다는 뜻인지 자신만이 알겠죠. 움직일 준비가 된 거라면 움직일 것이고, 잘 준비가 되었다면 자러 갔겠죠.” 4일 중부 자카르타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만난 밤방 의원은 다분히 냉소적이었다.
“뭘 하겠다는 걸까요? 어디로 움직이겠다는 건지? 만약 당의 해트트릭을 돕겠다는 거라면 우리 진영에 들어와야 합니다. 함께 협력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간자르가 홀로 자기 길을 가려는 거라면 밤방은 그 앞길이 평탄치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중부자바가 문화적 측면에서 조직적으로 진영을 이루어 일하는 전통이 있다고 말하면서 간자르 주지사가 조직도 없고 자체 진영의 지지자도 없다는 인식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해당 인스타그램 사진에 대해 그 이상의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선거승리팀 수장인 그가 30%의 당선가능성을 보이는 간자르 대신 지지율 1%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푸안을 당 대선 후보로 지지하면서 당 지도부 및 원내 의원들과 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간자르의 일거수 일투족을 견제하는 것을 보면 푸안을 내세워 2024 대선에서 승리하고 해트트릭을 이뤄낼 수 있다는 기적을 진짜 믿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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