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중피낭(Tanjung Pinang) 라자하지 피사빌릴라(Raja Haji Fisabilillah) 국제공항에서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가 돌기 시작하고 형형색색의 여행가방들이 하나둘씩 빠져 나간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지킨 니잠 악바르(Nizam Akbar)씨의 트렁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다. 결국 모두가 자리를 뜬 후에도 난 가방을 찾을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자카르타에 사는 그는 출산을 앞둔 친적을 만나기 위해 탄중피낭행 비행기를 탔다. 출발 전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예약은 했지만 워낙 평판이 나빴던 항공사라 불안했다.
니잠씨는 평소 여행 가방을 수하물 칸에 두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도착해서 짐을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고역이다. 가능하면 비행기에 들고 타지만 그날은 짐이 많아 어쩔수 없이 부쳤다.”고 했다.
분실물센터에 항의한 끝에 그는 자신의 28인치 트렁크가 바탐시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결국 그는 72시간 만에 트렁크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3일만에 돌아온 트렁크는 여기저기 찍혀 있었고 손잡이마저 사라진 상태였다. 그의 트렁크에 붙어있는 ‘취급주의’ 스티커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항공사 측에 항의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이미 모든 기력을 소진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다. 비행기 한번 타는 게 이 정도로 고달플 일인지…” 체념한 듯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 항공사의 이 같은 불상사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아들도 겪었으니 말이다.
조코위 대통령의 차남 카에상 팡아렙(Kaesang Pangarep)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수라바야행 바틱에어에 몸을 실었지만 그의 가방은 엉뚱하게도 북수마트라에 가 있었다.
카에상은 자신의 트위터에 “만세~ 나는 수라바야에 왔고, 내 짐은 무사히 메단 쿠알라 나무공항에 도착했다. 감사하여라!” 해당 트윗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네티즌은 “이번 사건을 통해 적어도 바틱에어가 모두에게 차별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건 입증되었다. 카에상 같은 특권층에게도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니 말이다.”라며 비꼬았다.
카에상은 월요일 아침에서야 가방을 받았다는 트윗을 올렸다. “가방은 안전하게 돌아왔다. 바틱에어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물론 이건 진심 어린 감사일 리 없다. 최근 카에상은 라이언에어의 갑작스런 일정 변경때문에 절친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메가 아가타(Mega Agatha)씨도 잊지 못할 경험을 털어놓았다 “TV나 SNS에서 수하물을 함부로 처리하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한다. 남의 얘기 같지가 않다. 쉽게 망가지지 않는 소재의 트렁크를 신경써서 구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찌그러질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당시 그녀는 자카르타에서 마나도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삼 라뚤랑이 국제공항(Sam Ratulangi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그녀는 망가진 트렁크를 보고 몹시 화가 났다. 그녀는 항의했고 항공사는 가방을 고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트렁크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 가방이 수리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가방 속에 짐이래봤자 옷이 전부지만 그 트렁크는 추억이 있는 물건이다. 한국 여행때도 그 트렁크와 함께였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유명가수 아르디토 프라모노(Ardhito Pramono)씨는 항공사의 부주의로 평소 아끼던 기타를 잃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부서진 기타 사진을 올리고 “다음에는 좀 더 조심해주시길…@바틱에어”라고 썼다. 그는 이런 일을 겪은 게 이때가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9월에도 악기가 망가져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열린 행사 무대에 끝내 오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항공사, 특히 국내선 위주로 운영되는 저가 항공사의 경우 잦은 운항 지연, 결항에 대한 불만이 날마다 터져 나온다. 이 때마다 항공사는 ‘나 몰라라’식 대응으로 일관한다. 운항 지연, 대체 항공편 미안내 등 소비자약관을 어겨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항공편을 이용했다가 피해를 보면 직접 항의할 수 있지만 항공사 자체가 피해 보상에 대한 약관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대로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
정작 이를 해결해야 할 인도네시아 교통부도, 항공사 측도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여행전문 플랫폼 ‘바운스’가 2022년 최악의 항공사를 발표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항공사 라이언에어와 윙스에어가 1,2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인니투데이ㅣMelisa Mail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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