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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50명 베이비박스에… “땅에 묻힐뻔한 흙투성이 아기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 연합뉴스

아기 살해하려다 마음 돌려
베이비박스에 두고가는 부모 적잖아

끝내 살해된 아기 11년간 98명…
판결문 보면 대부분 분만 하루 내

“한 20대 미혼모가 출산한 후 산에 구덩이를 파서 아이를 묻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가 아기라도 살리자는 마음에 베이비박스에 데려온 적도 있어요.”

관악구 신림동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아기는 흙투성이였다고 한다. 아기를 키울 수 없는 형편에 좌절한 엄마가 마지막 순간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면 피어보지도 못하고 질 뻔한 목숨이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 양승원 사무국장이 전한 기막힌 사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고는 당황해 변기에 내려보내려다가 데려온 청소년이 놓고 간 아기는 교복에 감싸져 있었다.

양 사무국장은 25일 “한 미혼모는 고시원에서 혼자 출산한 뒤 아기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가 친구의 설득으로 베이비박스를 찾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혼모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였다.

새 생명은 부모의 양육 포기로 태어나자마자 생사의 기로에 섰다가 결국 베이비박스에 담겨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된다.

주사랑공동체가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뒤 지난 19일까지 13년 6개월간 2천89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로 들어왔다.

한 해 평균 150여명의 아기가 부모의 품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베이비박스로 가는 셈이다. 양 사무국장은 “베이비박스에 온 아기들은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갓난아기가 99%”라고 했다.

베이비박스를 두고 결과적으로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벼랑 끝에 내몰린 부모에겐 최후 수단이나 다름없다.

신생아에겐 마지막 생명줄일 수도 있다.

자칫하면 살해되거나 유기로 목숨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사무국장은 “부모가 베이비박스를 알면 그나마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베이비박스를 모르는 부모가 외도•이혼•근친 등 원치 않은 임신으로 출산할 경우 유기하거나 살해 또는 불법 입양거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 상록보육원은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40명의 아기 중 34명을 돌본다. 상록보육원의 부청하 원장은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를 모르면 영아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 등으로도 구조되지 못하고 끝내 살해된 아기는 수사기관에 적발된 경우만으로도 최근 11년간 100건에 가깝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에서 영아살해는 총 98건 발생해 이 가운데 91건의 범인이 검거됐다. 영아 살해미수 9건도 모두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김성희 경찰대학 교수 등이 ‘한국 영아살해 고찰’ 연구에서 2013년∼2020년 영아살해죄로 선고된 1심 판결문 46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해자 46명은 모두 생물학적 친모였다.

가해자 나이가 기재된 판결문 중 미성년자 8명을 포함해 만 24세 미만이 11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연령이 32.9세(2019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영아살해 가해자의 나이는 평균보다 나이가 어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생부가 누구인지 명확히 모르는 경우가 전체의 41%(19명)였다. 연구진은 “생부를 안다고 하더라도 이미 관계가 파탄에 이르거나 불륜관계로 함께 양육할 수 없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분만 직후 24시간 이내의 신생아를 살해한 사례는 40건(87%)에 달했다.

판결문에서 분류된 영아살해의 동기(중복 집계)로는 혼전 임신해 주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살해한 경우가 40건(87%)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양육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 살해한 경우는 34건(74%)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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