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지급 안 돼 월드비치게임 유치 포기…
시간 없어 올해 대회 취소”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유치했다가 개최권을 박탈당했던 인도네시아가 이번엔 해변 올림픽이라 불리는 월드 비치 게임 유치권을 포기하면서 한 해 두 번이나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권을 잃는 망신을 당하게 됐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올해 월드비치 게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ANOC는 이번 대회를 유치한 인도네시아 발리의 현지조직위원회(LOC)와 지난주까지도 대회 개최를 위한 회의를 했지만, 인도네시아 올림픽위원회(KOI)로부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대회 예산을 지급하지 않아 결국 대회 개최를 포기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매우 놀랍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알렸다.
이어 “경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늦게 유치 포기를 통지받아 대체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올해 대회는 물론 ANOC 연례 총회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NOC가 주관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인 월드 비치 게임은 바다 수영과 서핑, 비치 발리볼, 비치 사커 등 41개 해양 스포츠 종목에서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해변 올림픽으로 불린다.
2019년 카타르 도하에서 1회 대회가 열렸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못하다 내달 5일부터 130개국에서 약 1천600명의 선수단이 발리를 찾아 2회 대회를 치를 예정이었다.
또 ANOC 연례 총회는 200개 이상의 올림픽 국가 단체가 모이는 대규모 스포츠 회의로 월드 비치 게임 후 내달 13일부터 15일까지 발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ANOC는 월드 비치 게임의 새로운 개최지를 찾을 때까지 연례 총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가 취소되기 전부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스라엘 선수단 출전이 예고되면서 이들의 참가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파국이 예고됐다.
개최지인 발리의 와얀 코스터 주지사는 이스라엘 선수단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며 이들이 출전할 경우 대회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형제국인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며, 이를 가로막는 이스라엘과는 외교관계도 맺지 않을 만큼 사이가 나쁘다.
올해 초에는 보수 이슬람 단체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선수단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U-20 월드컵에 출전하도록 입국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움직임이 일었고 정부 여당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성명을 냈다. 결국 FIFA는 인도네시아의 U-20 월드컵을 박탈했다.
이 때문에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ANOC에 “이런 상황을 매우 면밀히 살펴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