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목사에 대해 검찰이 2심에서도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9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송석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목회자 A(63)씨의 살인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원심과 같은 구형량이다.
검사는 “A씨가 타국에서 남편을 뒷바라지한 아내인 피해자를 쇠 파이프를 이용해 무참히 살해했지만, 범행동기를 보면 살해할 만한 사유가 아무것도 없다”며 “타국에서 아내의 시체를 유기하고 자녀에게 범행을 발각당하자 자수한 상황”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녀 중 1명이 선처를 요구하고 있지만 피해자를 살해한 것에 대해서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자수 역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죄인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속죄하겠다”고 진술했다.
그는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선처해달라고 자녀가 탄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재판부의 질의에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오명을 짊어지게 한 것이 미안하다”며 “면목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목회 활동을 해왔던 A씨는 지난해 8월 25일 필리핀 현지 거주지에서 말다툼하다 아내인 피해자가 ‘당신이 목사로서 자격이 있느냐’고 따져 묻자 격분해 둔기로 피해자를 여러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시신을 비닐 천막 등으로 감싼 뒤 집 앞마당에 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이후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찾아가 자수했으며, 이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압송돼 공항에서 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심은 “우발적으로 범행이 이뤄졌고 피고인의 자녀 등 피해자의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나 생명을 박탈한 범죄는 그 행위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자수한 것으로 보이고, 범행 이후 정황도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