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출신 샨무가라트남 전 부총리 압승…
여권, 위기설 딛고 기반 강화
싱가포르 제9대 대통령으로 인도계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66) 전 부총리가 당선되면서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에 대한 싱가포르인들의 변함 없는 지지가 확인됐다.
샨무가라트남 당선인은 PAP 정권에서 여러 요직을 거쳤고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아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70%가 넘은 득표율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이다.
샨무가라트남 당선인은 최종 개표 결과 7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두 후보는 각각 15.7%, 13.9%의 표를 얻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PAP가 모든 선거에서 승리하며 장기 집권하고 있다.
초대 총리였던 리콴유 총리의 장남인 리셴룽이 2004년 총리가 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총리가 실권을 쥔 싱가포르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을 한다.
대통령 후보가 특정 정당을 대표해 출마하지는 않지만, 선거 결과는 PAP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왈리드 줌블라트 압둘라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정권과 가장 밀접한 후보였던 샨무가라트남의 압승은 후보만 믿을만하다면 싱가포르인들이 여전히 PAP를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선거에서는 여당의 승리가 당연시되지만, 최근 들어 정치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감지되기도 했다.
2011년 대선에서는 친여당 성향의 토니 탄 전 부총리가 2위 후보에게 불과 득표율 0.34%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뒀다.
2020년 총선에서 PAP는 93석 중 83석을 얻었고, 노동자당(WP)이 야권 사상 최대 의석인 10석을 차지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여당의 패배라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 연이어 불거진 부정부패와 불륜 스캔들도 여권에 위기감을 안겼다.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이 부패 혐의로 체포됐고 PAP 소속 탄 추안 진 국회의장과 쳉 리 후이 의원은 불륜 관계가 드러나 사임했다.
악재 속에 열린 선거에서 친여 성향 후보가 압승을 거둠으로써 PAP 정권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이번 대승에 후보의 경력과 대중적 인기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샨무가라트남 당선인은 런던정경대(LSE)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이다.
2001년부터 다섯 차례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됐으며, 재무장관•부총리•중앙은행 총재 등을 지냈다. 한때 총리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가 싱가포르에서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첫 비중국계 대통령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싱가포르는 중국계(약 77%), 말레이계(14%), 인도계(8%)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선거에서는 중국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직선제 도입 이후 소수 인종이 배제되자 싱가포르는 ‘대통령 할당제’를 도입했다. 2017년에는 말레이계 할리마 야콥 대통령이 단일 후보로 무투표로 당선됐다.
여러 인종이 경쟁한 이번 대선에서 샨무가라트남 후보는 인종의 한계를 넘어 당선됐다. 그의 부인은 일본계로 알려졌다.
샨무가라트남은 “세계 어느 곳의 정치에서든 인종이 배제되지 않지만, 그것이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라며 “싱가포르는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으며, 나의 당선이 그 진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낙관적인 미래와 싱가포르인들의 연대를 위해 대통령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며 “내게 투표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