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국제중재 신청…
말레이 정부 “국민 이익 보호할 것”
말레이시아 정부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1MDB 스캔들’ 합의를 둘러싼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12일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날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영국 런던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MDB 스캔들은 수조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말레이시아 정권 교체의 빌미가 된 사건이다.
1MDB는 2009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당시 총리가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으로, 나집과 그의 측근들이 이 회사를 통해 45억 달러(약 6조원)를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이 과정에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골드만삭스는 2012∼2013년 세 차례에 걸쳐 65억 달러(약 8조7천억원) 상당의 1MDB 채권 발행을 대행하고 수수료로 6억 달러(약 8천억원)를 챙겼다.
골드만삭스 간부들은 말레이시아 관료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리베이트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패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8년 총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나집 전 총리는 구속돼 12년형을 선고받았다.
말레이시아 당국과 골드만삭스는 2020년 1MDB 스캔들과 관련해 39억 달러(약 5조2천억원) 규모 합의를 했다.
골드만삭스는 말레이시아 당국에 현금 25억 달러를 지급하고, 수년간 1MDB 관련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 가운데 최소 14억 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
합의 이후 말레이시아 검찰이 골드만삭스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는 등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골드만삭스와의 합의가 불공평했고 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와르 총리는 골드만삭스가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했으나, 골드만삭스가 예상외로 선수를 쳤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골드만삭스의 소송 제기는 시기상조라며 비난했다.
1MDB 손실금 복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조하리 압둘 가니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재 신청은 너무 이르다”며 골드만삭스가 합의금 지급 의무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는 확립된 법적 체계 내에서 대응하며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