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집권 여당인 투쟁민주당(PDI-P)이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과 그의 일가의 지원 없이 2024년 선거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조코위와 PDI-P 사이 갈등이 다시 불거진 후 처음으로 하스토 크리스티얀토(Hasto Kristiyanto) PDI-P 사무총장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조코위 일가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명했다.
하스토 사무총장은 “PDI-P는 조코위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게 특권을 부여했지만, 도덕적 원칙과 헌법에 위배되는 (대통령의) 요구로 인해 갈등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어떤 요구를 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이것이 기브란에게 출마 길을 열어준 헌재 판결, 또는 조코위가 임기를 마친 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계획과 맞닿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조코위의 3연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헌재의 판결로 기브란이 프라보워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당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었다고 하스토는 주장했다.
하스토는 “기브란이 부통령 후보가 되기 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사실상 헌법과 국민을 무시한 것으로 간주된다”며 “모든 것이 헌재의 농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정당 대표들이 조코위의 권력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우리 국민들은 권력 야욕으로 누가 누굴 배신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석가들은 조코위가 기브란의 출마에 모든 것을 걸었으며, 소속당인 PDI-P를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아들들에게 물려 주려 한다고 분석했다.
‘임기 연장 작전’의 배후는 대통령
하스토의 이번 성명은 최근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모종의 계획이 있었다는 발언 후에 나왔다. 하스토와 여당의 또 다른 정치인은 조코위 대통령의 별명인 ‘촌장’을 언급하며 그가 과거 대통령 임기 연장 작전계획의 실질적인 배후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선거 연기 담론은 조코위의 측근으로 알려진 여당 연합의 몇몇 정치인들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하스토는 27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촌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 장관을 만났다고 밝히며, 그가 당시 대다수의 국민이 조코위의 임기 연장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빅데이터’ 분석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루훗 판자이탄(Luhut Pandjaitan)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은 SNS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억 1000만명의 인도네시아 네티즌이 선거 연기를 지지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프라보워-기브란 선거캠프의 부위원장을 맡은 바흐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투자부 장관은 자신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제기한 장본인이라고 해명했다.
바흐릴 장관은 “선거 연기를 제안하는 데 있어 누구의 지시도 받은 적 없다. 다만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근거로 주장했던 것”이라며 “해당 제안과 관련해 비난을 받을 사람은 나 바흐릴이며, 다른 사람들은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브란의 당원 자격
기브란이 프라보워 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기브란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사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PDI-P는 기브란을 출당 조치하는 대신 당을 배신한 간부에게 ‘선의’를 베풀었다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기브란이 자진 탈당해 주기만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PDI-P의 이 같은 태도는 간자르의 승리를 위해 단결을 요구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 당원은 제명 하겠다는 최후통첩을 강조하던 시기에도 나타났다.
PDI-P 중앙이사회의 간부인 아마드 바사라(Ahmad Basarah)는 28일 “우리 당은 기브란이 자진 탈당함으로써 수년 동안 그를 키워준 당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2020년 PDI-P 소속으로 당선된 기브란의 솔로 시장을 지원하겠다는 당의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기브란이 배신의 길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 조치를 하지 않은 배경에 메가와티의 또 다른 속내가 엿보인다. 만의 하나의 가능성까지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기브란이 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와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 반면 그가 선거에 실패한다면 당의 정체성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당내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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