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은행 통해 재원 마련…
‘부패 악용’ 우려도
11조원대의 필리핀 국부펀드 운용이 조만간 개시될 전망이다.
7일 현지 언론 및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국부펀드와 관련해 운용 규정을 확정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마르코스는 또 “가동을 위해 빠르게 사업구조를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5천억 페소(약 11조6천450억원) 규모의 국부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의회에서 국부펀드 조성 법안이 통과됐으며 정부는 올해 내에 펀드 운용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영 기업과 은행을 대상으로 우선주와 일반주를 발행해 국부펀드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마르코스 대통령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부펀드 조성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국부펀드의 공식 명칭인 ‘마할리카 투자펀드'(Maharlika Investment Fund)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마할리카는 현직 대통령의 선친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해 지휘했다고 주장하는 게릴라 부대의 명칭이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하면서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필리핀 시민들이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를 일으켜 독재에 항거하자 마르코스는 하야한 뒤 3년 후인 1989년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마르코스 대통령 일가의 부정축재•부동산세 탈세 전력 때문에 국부펀드 조성이 또다시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부정 축재한 재산은 약 100억 달러(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근 국가인 말레이시아도 국부펀드와 관련해 초대형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바 있다.
나집 라작 전 총리는 경제 개발 사업을 명목으로 내세워 지난 2009년 국영투자기업 1MDB(Malaysia Development Berhad)를 설립했다.
이후 나집과 측근들은 1MDB를 통해 2014년까지 45억 달러(약 5조8천억원) 상당의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