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명 태운 ‘난민 보트’ 또 도착…
8일간 1천명 넘어
최근 인도네시아 해변에 도착한 미얀마 출신 로힝야족 난민 수가 1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인도네시아 내 무슬림 단체들과 인권 단체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N 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서단 아체주의 한 해변에 200여명의 로힝야족 난민을 태운 목선이 또 도착했다.
이들은 아체주에서 바닷길로 약 2천㎞ 떨어진 방글라데시 난민촌 콕스바자르에서 낡은 목선을 타고 약 보름 동안 항해한 끝에 도착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들의 난민 대피소 진입은 막았다. 대신 음식과 물을 제공했고 배에서 내려 해변에서 쉬는 것은 허락했다.
아체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8일 동안 1천명 넘는 로힝야족 난민들이 배 6척을 이용해 아체주에 도착했다. 전문가들은 11∼4월이 상대적으로 바다가 잔잔해 이때를 노리고 난민들이 대거 배에 오른다며 더 많은 난민이 인도네시아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아체주 정부와 현지 주민들은 난민들을 더는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난민들이 배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막거나 난민 대피소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해변에 이들을 묶어 놓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유엔 난민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무슬림 단체와 인권 단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로힝야족 난민 정책을 수립하고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 단체 실종자 및 폭력 피해자 위원회(콘트라스)는 아체주가 특별자치주라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며 “중앙 정부가 이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체주는 오랫동안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독립운동을 펼치다 특별자치주로 인정받았다. 중앙정부와 달리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법으로 채택하는 등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최고 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의 아체주 의장인 파이살 알리도 지역 주민들이 로힝야족을 받아들여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중앙 정부도 로힝야족 난민을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하고 아체 정부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단체가 이같은 입장을 보인 데는 로힝야족 대다수가 무슬림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정부 탄압에 대거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난민촌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많은 난민들이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나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인도네시아로 이동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편적 인도주의 의무’를 이행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 인도네시아의 우스만 하미드 사무국장은 “인도네시아가 유엔 난민 협약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1974년 해상에서의 인명 안전에 관한 협약에 서명했다”며 “협약에 따라 정부는 해안 주변 해상에서 조난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