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단편영화 엮은 옴니버스…
한국 편은 김태식 감독 연출
서울의 공사장에서 일하는 포크레인 기사 기남(홍완표 분)은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는 청년이다.
어느 날 키스방 광고 전단을 본 그는 큰맘 먹고 그곳을 찾아간다. 밀실에서 기남 앞으로 나온 소현(이태경)은 키스의 종류부터 방법에 이르기까지 ‘이론’ 설명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3개국의 단편영화 세 편을 옴니버스식으로 엮은 ‘룩앳미 터치미 키스미’에서 한국 편에 해당하는 ‘키스미’의 한 장면이다.
소현에게 첫눈에 반한 기남은 그날부터 키스방을 드나들며 소현의 강의를 듣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깊어지고, 기남은 소현의 숨겨진 고통도 알게 된다.
‘키스미’에는 코믹한 장면이 많다. 사랑에 빠진 기남은 공사장에서도 딴생각만 하고, 그의 포크레인이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하는 걸 동료들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한국과 필리핀의 합작 영화 ‘선샤인 패밀리'(2020)를 연출한 김태식 감독이 ‘키스미’의 메가폰을 잡았다. 말레이시아 편인 ‘룩앳미’는 호유항 감독, 인도네시아 편인 ‘터치미’는 제나르 마에사 아유 감독이 연출했다.
세 작품 모두 아시아 대도시에 사는 가난한 청춘 남녀의 사랑을 그렸다. 가난이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지라도 청춘의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걸 보여준다.
‘룩앳미’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대부업체 콜센터 직원 나나(린림)와 범퍼카 놀이시설에서 일하는 아담(자드 히디르)의 이야기다. 린림은 미스 말레이시아에 뽑혀 샤넬 화보에도 출연한 모델 출신의 배우다.
우연히 만난 나나와 아담은 첫눈에 반하기보다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말레이시아의 청춘 남녀가 말장난으로 이른바 ‘썸’을 타는 장면 같은 것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터치미’는 친구 사이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남녀가 술에 취해 한 소파에서 자다가 눈을 뜨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이면서 과거엔 몰랐던 감정을 품게 된다.
‘터치미’는 인도네시아 현지 사정으로 제작진이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1∼2일 만에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등장인물이 얽히면서 빚어지는 사건보다는 두 남녀 배우의 대화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느낌이다.
‘룩앳미’와 ‘터치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했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등장하고, 코로나19 감염자가 마스크를 벗은 채 말하면 곁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거리를 둔다.
국내 관객에게 ‘룩앳미 터치미 키스미’는 평소 접하기 힘든 동남아시아 영화를 한국 영화와 함께 맛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스크린을 채우는 쿠알라룸푸르와 자카르타의 거리와 상점 등도 눈길을 끈다.
김태식 감독은 지난 1일 시사회에서 “한국 콘텐츠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외국의 다양한 문화는 국내에서 충분히 소비되지 못하는 느낌”이라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웃 나라의 문화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일 개봉. 114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