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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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우미, 앙콧기사, 비누팔이, 국수장수…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출마 이야기

올해 인도네시아 총선에 출마하는 서민 후보들이 있다. 가사도우미, 앙콧기사, 국수 장수, 비누팔이 장애인까지…

인도네시아 노동당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BBC 인도네시아가 이들을 집중 조명했다.

유니 스리 라하유(Yuni Sri Rahayu) / BBC 인도네시아

화장실 청소해 선거자금 마련한
가사도우미 유니 스리 라하유

남부 자카르타 북 찌쁘떼(Cipete Utara)에 있는 좁은 골목. 오토바이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유니 스리 라하유(Yuni Sri Rahayu)씨의 집이 있다.

고졸자에 이혼녀인 그녀는 월세 120만 루피아(약 10만원)짜리 임대 주택에서 네 자녀와 살고 있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유니씨는 각종 차별과 성희롱, 언어 폭력 등을 경험했다. 그녀는 “가사도우미들 중에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분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나는 큰 일 없이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씨가 현재 세 집에서 파출부로 일하며 얻는 수입은 월 500만 루피아(약 42만원)다.

이런 그녀가 자카르타 주의회(DPRD) 후보로 출마한다. 가사노동조합(SPRT)이 유니씨를 노동당(Partai Buruh) 후보로 공천한 것.

유니씨는 “조합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 나를 지명한 건 아마도 여성후보 공천 30% 원칙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못해 등록했고, 이후 모든 절차를 통과해 출마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두아파(Dhuafa, 빈곤층) 후보’라고 말하는 유니씨는 선거운동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결국 돈이 문제다. 선거운동에 수십억 루피아를 쓰는 후보들과 경쟁해야 하는 형편이다.

500만 루피아에서 유니씨가 할당한 선거자금은 150만 루피아(약 12만원)다.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녀는 화장실 청소 일을 하고 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집을 일일이 방문해 달력과 자신의 얼굴이 인쇄된 스티커를 전달하는 것이다.

떠밀려 시작했지만 그녀에게 목표가 생긴 듯 보인다. 유니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DPRD에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스타레노 셉티아노 바사리아시스(Lestareno Septiano Basariasis) / BBC 인도네시아

하루 1만 7000루피아 버는
앙콧 기사 레스타레노

앙콧(미니버스) 기사 레스타레노 셉티아노 바사리아시스(Lestareno Septiano Basariasis)씨는 서부자바 푸르와카르타(Purwakarta) DPRD 후보다.

동료들에게 ‘옴뽕’이라고 불리는 41세 레스타레노씨는 공장을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으로 산 앙콧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평범한 시민이다.

그는 승객들에게 호소한다. “기호 4번에 투표해주세요. 저는 노동당 소속 DPRD 후보입니다”

앙콧에 탄 손님들은 깜짝 놀란다. “앙콧기사가 출마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보통 돈 많은 사람들이 출마하는데 앙콧 기사라니”. 노점상을 운영하는 시깃(Sigit)씨는 이렇게 말했다.

레스타레노씨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데는 수입 감소도 한 몫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운전해도 하루 벌이는 1만 7,000루피아(약 1,400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승객은 줄고 연료비는 계속 오르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렇다 보니 주변에서 돈을 빌리기 일쑤다.

레스타레노씨는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자금으로 이미 600만 루피아(약 50만원)를 지출한 그는 “나는 가난한 후보다. 어머니가 나시 우둑(코코넛 밥) 장사를 하시는데 내가 돈을 빌려 이틀 동안 장사를 못하셨다. 아내와도 많이 싸운다” 며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지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실패할 수 있지만 배우는 것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줄리 바사로니(Juli Basaroni) / BBC 인도네시아

닭국수를 파는 줄리 바사로니 

기호 11번을 달고 카라왕(Karawang) 지역 DPRD 후보로 출마하는 42세 줄리 바사로니(Juli Basaroni)는 닭국수를 판다.

네 자녀를 둔 줄리씨는 공장 노동자로 근무하다 2012년 해고 당했다.

국수를 팔아 하루 10만 루피아(약 8,000원)를 버는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런 그가 선거에 출마한다.

줄리씨는 “나는 도시 빈민층에 속한다. 실제 기초수급자 신분이지만 출마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에 150만 루피아를 지출했다. “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이지만 출마하고 싶었다. 그런데 선거운동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더라”고 말했다.

당에서 지원 받아 만든 티셔츠와 전단지를 들고 지역구를 돈다. “안녕하세요, 닭국수를 파는 줄리 바사로니입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지지를 부탁 드립니다. 건강보험(BPJS), 의료 서비스에 관해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무료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하지만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슬라멧 위도도(Slamet Widodo) / BBC 인도네시아

비누팔이 장애인, 슬라멧 위도도씨

카라왕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중부자바 솔로에서 비누를 만들어 파는 44세 슬라멧 위도도(Slamet Widodo)씨는 번영정의당(PKS) 소속 솔로 지역 DPRD 후보다.

슬라멧씨는 태어날 때부터 척추 장애를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액상 세제에 스티커 사진을 붙여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매일 비누 판 돈에서 1만 루피아(약 800원)씩 저축을 해 스티커를 만든다. 10만 루피아(약 8000원)면 스티커 100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의 평등,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싸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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