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국가적으로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저출산과 이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시간에는 인도네시아의 출산율 변화를 둘러싼 다양한 원인과 그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과 미래 전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결혼을 미루거나 독신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젊은 세대의 변화는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을까?
혼인율 감소
인도네시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11만 776건에 달했던 혼인 건수는 10년 만인 2023년 157만 7,255건으로 25% 감소했다. 특히 서부 자바, 동부 자바, 중부 자바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서부 자바에서는 혼인 건수가 2022년 33만 6,912건에서 2023년 31만 7,715건으로 감소했으며, 동부 자바와 중부 자바에서도 각각 30만 5,458건에서 28만 5,189건으로, 27만 304건에서 25만 6,144건으로 줄어들었다.
‘욜로’ 현상과 소비 패턴 변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현상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더 잘 돌보고, 기쁘게 하고,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삶의 방식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독신자들의 소비 패턴은 대규모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개혁센터(Center of Reform on Economics, CORE) 모하마드 파이살(Mohammad Faisal) 전무이사는 “독신자들은 기본적인 생활 필수품 외에 과시적 소비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2021년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신자들의 소비는 엔터테인먼트, 셀프케어, 호텔•레스토랑•카페 및 관광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와 인구 고령화
인도네시아의 출산율은 이미 인구 대체율인 2.1명에 근접하거나 그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5.55명이었던 여성 1인당 출산율은 2021년 기준 2.18명으로 낮아졌다. 특히 △자카르타(1.75명) △족자카르타(1.89명) △동부 자바(1.98명) △반텐(2.01명) △발리(2.04명) △중부 자바(2.09명) △북부 술라웨시(2.1명) 등에서 이미 인구 대체율 이하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출산율 감소는 인구 고령화를 가속화시킨다. 뜨쿠 리프키(Teuku Riefky) 인도네시아대학교 경제경영학부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도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만큼 미래 잠재적 생산성과 노동 공급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2015년 9%였던 60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20년에 10.7%로 증가했으며, 2045년에는 19.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부담과 사회 구조 변화
인도네시아의 월평균 급여는 307만 루피아(약 28만원)로 자카르타 같은 대도시에 집을 마련하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 여기에 높은 실업률은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 인도네시아의 실업률은 5.3%이며, 특히 16세에서 24세 사이 청년 실업률은 19.4%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러한 경제적 상황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
높은 교육열과 여성의 사회적 진출 증가도 영향을 미친다. 경력 단절, 높은 교육비, 경쟁 심화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늦추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대응과 정책
인도네시아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출산 및 육아 지원 강화, 육아 휴직 제도 확대, 보육 시설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하마드 파이살은 “젊은이들에게 그저 결혼을 독려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노후 보장 시스템을 개선하여 젊은이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 현상이 계속 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67.8%(1억 8,716만명)가 생산가능인구(15~64세)이며, 중위연령이 29.7세에 불과해 경제활동에 참여 가능한 젊은 잠재 노동자들이 많지만 출산율 감소가 이러한 잠재력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구조적 개혁이 절실하다. 또한, 출산 및 육아 지원을 강화하여 젊은 세대가 경제적 부담 없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구 구조의 균형을 맞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인니투데이ㅣ JIKS 11학년 김태은
[저작권자(c) 인니투데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