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퇴임을 앞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이 임기 중 자신의 과오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1일 자카르타 메르데카궁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79주년 독립 기념 공동추모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조코위 행정부의 주요 각료, 종교계 인사, 이슬람 지도자 등 약 3000여명이 참석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저와 마루프 아민은 대통령과 부통령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한 모든 과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나도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부자바 수라카르타(Surakarta, 이하 솔로)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무허가 집을 전전하던 조코위는 고교 졸업 후 족자카르타의 명문대학인 가자마다대학교 임학과에 진학해 목재와 가구산업을 공부했다. 이후 가구 사업가로 활동해온 조코위는 2005년 솔로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명문가 출신의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서민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그를 보며 대중은 열광했다.
솔로시장으로 이룩한 업적들이 대내외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지명도가 높아진 조코위는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에 당선되었으며, 그로부터 2년 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되었다.
인프라 구축과 투자 유치로 인도네시아를 발전시킨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조코위 대통령은 곧 퇴임을 앞둔 지금까지도 70%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가들은 조코위 정권하에서 비판 세력 및 야당 탄압, 정당에 대한 표적 개입, 연정 파트너에 대한 형사 기소, 거버넌스와 입법에 대한 대중 참여 축소 등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들이 유독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인 솔로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지만 비판론가들은 오히려 그가 권력을 유지하려 든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비난은 2022년 조코위 측근들을 중심으로 2024년 대선을 연기하거나 개헌을 통해 3선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부터 제기되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피선거권 연령 기준에 대한 예외 조항을 통과시키면서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가 36세 나이로 부통령 출마 자격을 얻게 된 것이다. 당시 헌재 소장은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인 안와르 우스만(Anwar Usman)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차남 카에상 빵아릅(Kaesang Pangarep)은 정치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연대당(PSI) 대표로 화려하게 정계에 진출했다. 카에상 역시 올 11월에 있을 지자체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조코위 대통령의 사위 보비 나스티온(Bobby Nasution) 메단 시장도 북수마트라 주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왕조 구축’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3선 도전이 좌절되면서 자녀들을 통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스토 크리스티얀토(Hasto Kristiyanto) 투쟁민주당(PDI-P) 사무총장은 조코위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사과가 아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평론가 레이 랑꾸티(Ray Rangkuti)는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적 지지세력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과거 자신을 지지했던 정당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불안해진 조코위 대통령이 대중의 동정을 얻기 위해 ‘대국민담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라고 레이는 분석했다.
인니투데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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