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수입규제 완화시 투자한 기업 역차별 우려…
“인니 정부 대응 미온적”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미국 업체의 주문량 감소와 선적 보류 요청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15일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코참), 코트라(KOTRA) 및 현지 진출 한국 기업, 동포 기업 관계자들과 ‘미국 상호관세 부과 조치 관련 기업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으로 수출 물량이 많은 의류·신발 업계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32%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태다.
의류업계 한 참석자는 “미국 구매업체들이 당장 선적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추가 주문도 없거나 물량을 대폭 줄이고 있다”며 “기존에는 5∼6% 정도 관세가 붙었는데 관세가 크게 올라가게 되니 구매업체들이 이 관세 부담을 나눠지자고 요구하고 있어 재무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자업체들은 미국으로 직접 수출은 없지만 인도네시아가 미국 업체들에 유리하도록 비관세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인도네시아는 제조업을 키우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국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의 경우 자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이 규제를 풀면 현지에 투자하지 않은 미국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들도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어 이미 현지 투자를 마친 한국 기업들이 역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도 불만을 보였다.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베트남이나 인도 등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전체 경제에서 내수 비율이 높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더디다는 것이다.
이강현 코참 회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카딘)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계 기업들의 어려움과 이에 따른 고용 감소 등 인도네시아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전달했다”며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한국 기업에도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수덕 주인도네시아 대사 대리는 “동포 기업이나 주재 기업들의 어려움과 의견을 종합해 ‘팀 코리아’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의 두번째 교역 대상국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144억 달러(약 20조6천억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으로의 주요 수출품은 전선이나 반도체 소자 같은 기타 전자기기와 의류, 신발, 타이어, 팜유 등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