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통치한 수하르토(Soeharto) 전 대통령이 ‘국가영웅’ 후보로 추천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CNN 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제2당인 골카르당(Partai Golongan Karya, Golkar)은 최근 그를 국가영웅 후보로 추천했다.
인도네시아 사회부 장관 사이풀라 유숩(Saifullah Yusuf)은 21일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국가영웅 후보로 추천되었다”며 “지방 정부, 지역 인사, 역사학자 등이 참여하는 심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영웅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 큰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사후에 부여하는 인도네시아 최고의 영예 호칭이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 그의 정치 기반이었던 골카르당은 정치·경제적으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수하르토의 명예회복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수하르토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극단으로 엇갈리고 있다.
수하르토는 1965년 9월 30일 인도네시아 공산당의 쿠데타를 진압하고, 1968년 대통령에 오르며 권력을 잡은 후 1998년 5월 21일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까지 32년간 인도네시아의 절대독재자로 군림했다.
수하르토를 지지하는 측은 경제발전을 일궈낸 ‘개발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반면, 반대 측은 온갖 이권을 남발한 부패 정치인에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로 인식하고 있다.
부패감시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는 수하르토가 재임 기간 부정축재한 재산 규모가 350억 달러(약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 그를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규정한 바 있다.
수하르토는 특히 1965년 군사 쿠데타 등 자신이 권력을 잡고 있던 시기에 희생된 수많은 인명피해 등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여러 차례 국민영웅 후보로 추천되었지만 심사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수하르토의 전 사위이자 군인 출신의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가 집권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군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하르토가 국민영웅 칭호를 받게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 시절의 트라우마를 프라보워 행정부가 알지 못한다며 인도네시아가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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