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사업인 ‘그랜드 패키지 사업(이하 GP 프로젝트)’을 철회한 것에 대해 “LG가 아닌 인도네시아 측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LG엔솔이 광산부터 정·제련, 소재, 배터리 생산까지 GP 프로젝트 전 분야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사업을 이끌길 원하지만, LG엔솔은 광산과 정·제련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산 뻐까사 루슬라니(Rosan Perkasa Roeslani) 인도네시아 투자·다운스트림산업부 장관 겸 투자조정청(BKPM) 청장은 23일 LG엔솔이 11조원 규모의 GP 프로젝트를 철회하게 된 배경에 대해 “LG측의 결정으로 프로젝트가 무산된 것처럼 보도되었지만 우리가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며 “협상이 5년간 진행되었지만 진척이 없어 계약을 종료했다”고 덧붙였다.
로산 장관은 계약 해지 관련 내용이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ESDM)가 지난 1월 31일 자로 발행한 공식 서한에 명시돼 있으며, 바흐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장관 이름으로 LG화학과 LG엔솔 최고경영자(CEO)에게 전달되었다고 전했다.
LG엔솔이 빠지면서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 화유코발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산 장관은 “작년부터 니켈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여온 화유는 자체 기술을 갖추고 있어 LG를 대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유 측과 직접 회동했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니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국내에서 정·제련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수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정책의 하나로 인도네시아는 북말루쿠주의 대형 니켈 광산을 개발하면서 니켈 채굴에서 제련·정련·전구체·양극재·배터리셀 생산까지 상류에서 하류 산업을 아우르는 배터리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사업을 구상했다.
이에 2022년 인도네시아는 니켈 광산을 둘로 쪼개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의 CATL가 주축이 된 CATL 컨소시엄과 LG엔솔이 주축이 된 LG컨소시엄을 각각 사업 파트너로 선정한 바 있다. LG 컨소시엄은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 등 한국 기업과 중국 화유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기업 IBC와 공동으로 ‘타이탄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LG엔솔 관계자는 “시장 상황 및 투자 여건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인니 GP 프로젝트는 최종 철회하기로 협의했다”면서도 “인니 정부 측과는 인니 배터리 합작법인(HLI그린파워)을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내 배터리 사업 전체를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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