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하르토 옛 사위’ 현 대통령 관련
인권침해 내용도 뺄 가능성
인도네시아 정부가 오는 8월 발간할 새 역사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과거 30년 넘게 독재를 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과 그의 옛 사위인 현 대통령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파들리 존 인도네시아 문화부 장관은 최근 10권짜리 자국 새 역사책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중심의 서사를 담을 예정이라며 “인도네시아 정체성 재창조가 목표”라고 말했다.
오는 8월 17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나올 새 역사책에는 고대 시대부터 네덜란드 식민 통치 시기를 거쳐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당선 시점까지 담기며 역사학자 100여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그러나 일부 역사학자들은 프라보워 대통령의 정치 성향과 수하르토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새 역사책이 정치적 목적 등에 따라 역사를 재해석하는 ‘역사 수정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해 대선에서 프라보워 대통령이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젊은 세대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독재 통치한 이른바 ‘신질서 체제’를 경험하지 못했다.
수하르토는 1966년부터 1998년까지 32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하다가 1998년 5월 민주화 운동에 밀려 하야했다.
그는 재임 기간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연평균 7%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개발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동시에 ’20세기 최고의 부패 정치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재임 기간 국고에서 빼돌린 금액이 무려 150억∼350억 달러(16조∼37조 원)로 추산되는 데다 공산주의자 척결 등을 내세워 민간인 수십만 명을 학살하는 등 각종 인권유린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옛 사위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 정부에서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에서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그는 옛 장인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찬양하고 있으며, 군인 출신답게 정부 내에서 군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과거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눈에 들어 그의 딸과 결혼(이후 이혼)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에서 근무한 유명 역사학자 아스피 와르만 아담은 “프라보워 대통령과 연관된 과거 인권 침해 내용은 빼는 등 현 정권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이번 역사책 편찬에) 숨어 있다고 의심된다”며 “정부가 조만간 수하르토 전 대통령에게 ‘국민영웅’ 칭호를 추서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인 마데 수프리아트마도 이번 역사책 집필 과정이 1975년 수하르토 정권 당시 발간된 6권짜리 ‘인도네시아 국민사’ 시리즈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국민사가 군부를 미화하고 내용도 부정확했다며 정부가 이번에도 같은 접근법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 장관은 새 역사책이 정권 선전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일부 역사학자들의 우려에 관해 “역사는 올바르게 기록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이나 프라보워 대통령이 새 역사책 집필 과정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존 장관이 과거 수하르토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 학생 운동가 출신이지만 지금은 그의 집권 초기 경제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