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민들 세계 각지서 투표…
“국익 위한 정치를” “한국 더 좋아지길”
내달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유권자들의 재외투표가 20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시작됐다.
이번 대선 재외투표는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25일까지 진행되며,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대학생이 소중한 한 표를 가장 먼저 행사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영사부가 있는 일본 도쿄 미나토구 민단 중앙회관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남녀노소가 발걸음을 옮겨 투표했다.
오전 9시께 투표소를 찾은 박지연(25) 씨는 “투표는 국민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해외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해서 이렇게 첫날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투표한 것이 처음이라는 윤수인(28) 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다면서 “투표를 통해 한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고 털어놨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동포들이 본인의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한국이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바쁜 일이 있더라도 많은 사람이 투표소를 찾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일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는데 이 부분이 유지·발전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일본 내 선거권을 가진 18세 이상 한국 국적자는 작년 6월 기준으로 41만1천여 명이며, 이 가운데 3만8천여 명이 투표하겠다고 등록했다. 일본에는 도쿄 외에도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 삿포로, 센다이, 후쿠오카 등지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주중대사관을 비롯해 광저우·상하이·선양·시안·우한·청두·칭다오·홍콩 총영사관과 다롄 출장소 등 모두 10곳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재외 선거인 4천218명이 등록한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는 이날 오전 투표소 개장 직후부터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오전에만 250여 명이 투표를 마쳤다.
선관위는 이날부터 25일까지 베이징 한인타운 왕징(望京)과 근교 톈진(天津)에 교민 수송 셔틀버스를 배정했다. 22일부터는 유학생이 밀집한 베이징 우다오커우(五道口)에도 버스가 다닌다.
삼삼오오 투표를 마친 교민들은 대사관 한편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한중 관계 부침을 피부로 겪었던 교민들은 차기 정부에 ‘안정’과 ‘국익’을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에서 20년가량 미용업을 했다는 김무영(50)·황순재(37) 씨는 최근 수년 사이 어려움을 “명확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외국에 있는 사람들은 외교가 안 좋아지면 비자부터 여러 불편한 게 생긴다”며 “개인과 당의 이익보다는 국익을 위해 정치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파견 근무 중인 주재원 임영아(42) 씨는 “요즘 국내외 정국이 너무 시끄러워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람을 뽑고 싶었다”며 “정권에 따라 한중 관계와 정책이 많이 바뀌는데,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만들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베트남 역대 최다인 1만6천693명이 투표를 위해 국외 부재자 신고를 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1만4천362명)보다 16.2%가 늘었다.
이들은 북부 하노이, 남부 호찌민, 중부 다낭 등 베트남 전국 7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게 된다.
이날 오전 하노이의 주베트남 대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투표한 최영삼 대사는 “한국-베트남 관계 발전에 따라 교민사회가 커진 데다 이번 대선에 대한 베트남 교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국외 부재자 신고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노이 한인타운에 사는 박모(39)씨는 “지난 대선 때는 해외 출장 중이어서 재외 투표를 했는데 기껏 찍은 후보가 뒤늦게 단일화로 사퇴해서 ‘사표’가 됐다”면서 “이번에는 제발 단일화나 사퇴로 그렇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등 아시아와 호주, 피지, 파푸아뉴기니 등 오세아니아주에서도 한국대사관 등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재외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자카르타에 사는 교민 김병국(56)씨는 “해외에서도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재외선거와 본선거 사이에 기간이 길다 보니 그사이 후보 사퇴 등으로 ‘사표’가 되는 사례가 생기는 데 두 날짜를 최대한 가깝게 붙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