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위기로 인도네시아 청소년의 삶이 위협 받고 있다. 실제로 생계를 위해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7월 자카르타와 동누사텡가라 쿠팡 지역의 15~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면담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한 작물 피해와 각종 재난이 도시와 농촌 지역 청소년의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카르타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영양가 있는 식품을 구하기 어려워 인스턴트 식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질 악화로 인해 생선을 기피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지난 4월 홍수를 비롯한 수문기상 관련 재해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쿠팡 지역에서는 흉작과 어류 자원 감소로 주민들이 쌀 대신 카사바, 옥수수 등을 대체 식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청소년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쿠팡에 거주하는 T군은 “건기가 지속되면서 아버지의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할 수 없게 되었다. 용돈이 5000루피아(약 420원)에서 2000루피아(약 170원)로 줄면서 결국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가족으로부터 조혼을 강요받고 있으며, 자연 재해로 인해 대피소에 머무는 동안에도 괴롭힘과 차별에 노출되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B양은 “대피소에서 일부 소녀들은 조롱과 모욕, 괴롭힘을 겪거나 연락처 요구를 받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환경단체의 우려
인도네시아 환경포럼(WALHI)의 울리 아르따 시아기안(Uli Arta Siagian)은 이번 조사 결과가 기후 위기와 각종 사회적 문제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현지 연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울리씨는 “기후 위기는 농산물의 품질과 생산량을 저하시켜 지역 경제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아동의 영양 상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고,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후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울리 씨는 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환경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일부 법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자리창출법(일명 옴니버스법)’이 있다. 사업 환경 개선과 고용 확대를 목표로 제정된 일자리창출법(일명 옴니버스법)은 환경 보호 기준을 완화해 산림 벌채와 오염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울리 씨는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훨씬 더 심각한 환경적 위기를 떠안게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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