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후시(Whoosh)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에릭 또히르(Eric Thohir) 공기업부 장관은 16일 국회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프로젝트의 채무 재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근 국영 철도 끄레따 아삐 인도네시아(PT Kereta Api Indonesia, KAI)에 국고를 투입한 것에 관한 질문에 에릭 장관은 “후시의 채무조정과는 무관하다”며 “자카르타 광역권 통근열차 서비스 확장을 위한 자금”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공식 운행을 시작한 후시는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약 140km 구간을 달린다. 최고속도는 시속 350㎞에 달해 일반열차로 3시간이 걸렸던 자카르타-반둥 구간을 44분만에 주파한다.
운영사인 인도네시아-중국 고속철도회사(KCIC)는 지난 6월 말 누적 승객이 10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하며 외형적 성공을 알렸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실제 재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KCIC는 국영철도회사(KAI)를 중심으로 한 국영기업 연합이 지분 60%를, 중국계 기업이 40%를 가진 합작법인이다. KCIC는 지난해에만 4조2000억 루피아(약 3550억원)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불어났다.
중국은 2015년 일본을 따돌리고 이 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는 66조 7000억 루피아(약 5조8600억원)로 예상됐다.
사업비의 4분의 3은 중국개발은행(CDB)이 40년 만기 연 2% 금리로 대출해주고, 나머지 자금은 KCIC가 감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토지 보상 비용이 예정보다 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업비는 119조 6000억 루피아(약 10조원)로 2배나 커졌다.
인도네시아는 늘어난 사업비 75%는 중국개발은행 대출로, 나머지는 KCIC의 증자를 통해 충당했다.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보비 라시딘(Bobby Rasyidin) KAI 사장은 고속철 프로젝트가 잠재적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CIC의 지분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4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 PSBI(Pilar Sinergi BUMN Indonesia)가 60%를, 중국 기업 5곳이 40%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KAI가 58.53%를 보유하고 있어 손실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다난타라)’까지 직접 나섰다. 최고운영책임자(COO) 도니 오스카리아(Dony Oskaria)는 지난 7월 말 “KCIC의 막대한 빚을 해결할 장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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