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과의 전쟁’ 과정서 살인 76건에 연루”
국제형사재판소(ICC)가 ICC 구금센터에 수감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80)을 반인도 범죄 혐의로 22일(현지시간) 기소했다.
BBC방송과 AF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최소 76건의 살인에 연루된 혐의로 이날 ICC에 의해 기소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2016년 당시 발생한 살인 19건,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6년과 2017년 마약 거래와 관련한 범죄자 14명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된 혐의를 받는다.
또 마약 복용자나 밀매자에 대한 ‘정리’ 작업에서 저지른 살인 43건과 관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마메 만디아예 니앙 ICC 검찰관은 이들 살인이 경찰 등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으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간접적 공동정범”이라고 말했다.
ICC 검찰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다른 공동 정범들이 “필리핀 내 (마약 사용·판매·생산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혐의를 받는 자들을 포함한) 범죄 혐의자들을 살인 등 폭력 범죄를 통해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동의 계획이나 합의를 공유했다”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다바오시 시장 시절부터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고, 2016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해 용의자 약 6천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집계했다.
ICC는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고 지난 3월 필리핀 정부의 협조하에 이를 집행해 그를 체포했다.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된 그는 현재 이곳에 ICC 구금센터에 수감돼 있다. 그는 체포 전 자신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을 옹호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ICC 기소장은 지난 7월 4일 작성됐으나 이날 뒤늦게 공개됐다.
당초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ICC 재판부에 23일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그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심리가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변호인인 니콜라스 카우프만 변호사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여러 영역에서 인지 장애를 겪고 있어” 재판을 받을 수 없다면서 법적 절차를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