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생 인류 선조 ‘호모 에렉투스’ 최초의 증거…
총 2만8천점 반환
네덜란드가 식민지 인도네시아에서 약탈해간 자바인 유골 화석이 130여년만에 고향땅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는 레이던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인도네시아 측과 지난 26일(현지시간) 협정을 체결하고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2만8천점의 화석을 반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정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에 맞춰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같은 날 네덜란드 헤이그 왕궁에서 빌렘 알렉산더 국왕과 막시마 왕비를 만났다.
반환되는 화석 가운데는 해부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외젠 뒤부아의 소장품 수천점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화석은 자바섬 솔로강에서 발견된 두개골 조각이다. ‘자바인'(Java Man)으로 불리는 이 두개골 화석은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선조인 ‘호모 에렉투스’ 최초의 증거로 꼽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0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다 이후 아시아, 유럽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 호모 에렉투스는 150만년 전쯤 자바섬에 도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바인 유골 화석은 19세기 후반인 1891년 뒤부아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무단으로 발굴해 네덜란드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내 식민지 유물 현황을 조사하는 네덜란드 위원회는 “화석이 네덜란드로 유입된 경로를 고려할 때 당시 인도네시아 주민의 의지에 반해 내보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강제 반출을 인정하고 반환을 권고했다.
인도네시아와 협정을 체결한 구케 모스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장관은 위원회의 권고는 광범위하고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원활한 이전을 위해 소장품을 보관하고 있는 자연사 박물관, 인도네시아 측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제국주의 시대 다수의 식민지에서 유물 수탈을 일삼았던 유럽 국가들은 최근 잔혹한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강제로 가져온 유물들을 속속 반환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프랑스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에서 프랑스 군대에 의해 참수된 토에라 왕의 유골로 추정되는 두개골을 포함, 사칼라바족의 두개골 3구를 반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