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만명 부패 척결 촉구 집회…
재계도 목소리 내
마르코스 ‘뇌물수수·마약중독’ 주장도
필리핀에서 대규모 홍수 방지 사업 관련 부패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비리 관련설에 휩싸인 장관 2명이 교체되는 등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행정부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대통령 비서실장 격인 루커스 버사민 행정장관과 아메나 판간다만 예산부 장관이 사임했다.
이들은 홍수 방지 사업 부패 의혹과 관련해 거론된 뒤 “행정부가 이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물러났다고 클레어 카스트로 대통령실 공보 담당 차관은 밝혔다.
버사민 장관은 지난 9월 필리핀 상원의 홍수 방지 사업 부패 조사에서 뇌물 의혹과 관련해 언급된 바 있으며, 판간다만 장관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올해 예산에 특정 사업을 넣도록 지시한 것과 관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마르코스 대통령은 랠프 렉토 재무부 장관을 행정장관, 롤랜도 톨레도 예산부 차관을 예산부 장관, 프레더릭 고 대통령 투자 보좌관을 재무부 장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또 “이런 종류의 이례적인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장관은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카스트로 차관은 전했다.
이번 장관들의 교체가 홍수 방지 사업 부패 의혹으로 흔들리는 마르코스 정권의 국민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태풍 등 홍수 피해가 잦은 필리핀은 지난 3년간 수천 건의 홍수 방지 사업에 약 5천450억 필리핀페소(약 13조5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다수 사업이 비정상적으로 시행됐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조원대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정부에서 제기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7월 연설에서 이 문제를 처음 거론한 이후 관련 비리를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특별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안드레스 레예스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인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과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이 비리 관련설에 물러났다.
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의원 등 관련자 수십 명에 대해 형사 고발을 권고했으며, 당국은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과 관련된 60억 필리핀페소(약 1천500억원) 이상 규모의 자산을 동결하고 몰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최근 문제가 있는 홍수 방지 사업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크리스마스 전에 수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마르코스 행정부를 향한 여론의 압박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세라 두테르테 부통령 연합을 지지한 거대 기독교 단체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는 지난 16∼17일 대규모 집회를 갖고 부패 척결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첫날 집회에 약 65만명, 둘째 날에는 약 20만명을 끌어모으며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필리핀 경영자협회, 필리핀 상공회의소 등 필리핀 재계 6개 단체도 성명을 내고 “공공 기관들이 정책 안정성을 확보하고 법치주의를 수호하며 부패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자신과 관련된 건설회사에 정부의 홍수 사업 관련 계약을 몰아줬다는 의혹으로 지난 9월 의원직을 내놓은 잘디 코 전 하원의원은 최근 마르코스 대통령이 홍수 사업과 관련해 250억 필리핀페소(약 6천220억원)를 뇌물로 받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전날 집회에 참여한 마르코스 대통령의 누나 아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마약 중독자이며 이 때문에 건강과 국정 운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미 의원은 또 영부인인 리사 마르코스와 마르코스 대통령의 자녀들도 마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의 아들인 산드로 마르코스 하원의원은 고모인 아이미 의원의 주장이 근거가 없고 “위험할 정도로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카스트로 차관도 아이미 의원의 비난이 홍수 방지 사업 비리 조사를 방해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미 의원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지난 5월 총선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의 집권 선거연합을 탈퇴한 바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