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해외사업 다수 실패…
브랜드 수수료만 챙겨”
“실제 자금 조달·건설 맡은 현지 합작사
KBC도 성공 경험 적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기업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베트남에 투자비 2조원대의 대규모 리조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 토지 보상금 분쟁 등으로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오거니제이션과 현지 합작사의 사업 성공 경험 등에도 의문부호가 따르면서 이 사업의 실제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북부 하노이 인근 흥옌성의 트럼프 리조트 단지 ‘트럼프 인터내셔널 흥옌’ 부지는 지난 5월 기공식 이후 반년 가까이 거의 변화 없이 방치돼 있다.
해당 부지를 쓰던 농민들이 토지 보상금이 너무 적다며 반발, 토지 정리 작업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당국은 농민들에게 1㎡당 약 32만 동(약 1만8천원)의 보상금을 책정했지만, 농민들은 그 정도 금액은 약 1년 치 소득에 불과하다면서 토지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부지에 포함된 남마우 마을의 반 티 투언 촌장은 블룸버그에 “농민들은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개발을 위해 땅을 내줄 의향이 있지만, 그들에게 가는 보상금이 너무 적다”고 밝혔다.
현지 관리인 레 반 르엉은 토지 보상금이 정부 규정에 따라 산정됐다면서도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목표 달성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약 15억 달러(약 2조2천억원)를 투입, 약 10㎢의 부지에 18홀 골프장 3개와 5성급 호텔, 고급 주거단지와 각종 편의시설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난 5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수석부사장인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 현지 합작사인 베트남 부동산 개발사 낀박시티(KBC)의 당 타인 떰 회장은 단지 부지에서 화려한 기공식을 열었다.

이들은 1단계로 2027년 말까지 골프장 등을 완공하고 전체 단지는 2029년까지 준공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했지만, 이처럼 절차가 지연되면서 일정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사업 주체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과 KBC가 사업 성공 경험이나 사업 의지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WSJ은 그간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트럼프 브랜드를 내세워 벌인 세계 각지의 개발 사업들이 여러 차례 실패했으며, 특히 최근 수년간 발표한 국제적 거래 대부분이 엎어졌다고 지적했다.
201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대규모 오피스 단지 사업 계획은 브라질 건설 사업 경험이 전무한 불가리아 개발사가 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됐다.
이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호텔 건설 사업도 브라질 합작사가 비리 사건에 연루되자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사업을 접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도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2014년 당시 교통부 장관의 아들이 이끄는 건설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가 부패 논란에 손을 뗐다.
또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해외 사업에서는 주로 브랜드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실제 자금 조달·건설은 현지 합작사 등이 맡는 구조라고 WSJ은 전했다.
이 기업의 작년 재무 공시에 따르면 이 기업은 흥옌1년 치 리조트와 관련해 KBC로부터 이미 500만 달러(약 74억원)의 브랜드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았다.
또 아제르바이잔 사업이 중단된 뒤에도 이와 관련해 최소 250만 달러(약 37억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챙겼다.
따라서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입장에서 베트남 리조트의 실제 건설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게다가 현지 합작사인 KBC도 그간 고급 부동산 사업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2009년 일본 기업이 하던 하노이 호텔 건설 사업을 인수했지만,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KBC는 2022년에는 세계적 호텔 체인 하얏트, 미국 기업 ‘사파이어 베이 그룹’과 하노이 동쪽 해안에 50억 달러(약 7조4천억원) 규모의 호텔 등 엔터테인먼트 단지 건설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얏트 측은 KBC와 체결한 것이 없고 해당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자체 취재 결과 사파이어 베이 그룹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