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천연자원 수출기업의 외화 수출예치대금(DHE) 규정을 대폭 강화한다. 수출대금은 국영은행에만 예치하도록 하고, 루피아 전환 비율도 50%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외환보유액을 안정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민간은행과 시장에서는 외화 유동성 위축과 투자심리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 정부령(PP) 제36/2023호와 올해 3월 개정된 PP 8/2025의 추가 보완안이다. 재무부는 그동안 허점으로 지적돼 온 ‘대금 역외 이동 관행’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Purbaya Yudhi Sadewa) 재무장관은 “달러로 받은 수출대금을 루피아로 바꾼 뒤 소규모 은행으로 옮겨 다시 달러로 전환해 해외로 반출하는 일이 반복돼왔다”며 “온쇼어 달러를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부 규정도 강화된다. 우선 수출대금 예치는 국영은행으로 제한된다. 기존에는 국내 은행이면 어디든 가능했으나, 정부는 감독 효율성을 이유로 요건을 좁혔다. 또한 루피아 전환률은 50% 이내로 제한된다. 기존 규정에서는 전환 비율에 제한이 없어 환전 후 자금 이동 과정에 관리 공백이 발생해 왔다. 다만 푸르바야 장관은 “적용 범위는 수만 달러 수준에 한정될 것”이라며 세부 기준은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자금의 온쇼어 유지 기간(외화 결제대금 국내 예치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다. 당시 약 8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증가가 기대됐지만, 실제 효과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도 최근 “유출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우려를 고려한 보완책도 병행된다.정부는 외화표시 국채 발행과 국영 자산운용기금 다난따라(Danantara)의 참여 등 수출대금 운용 대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조달·운영자금에 외화를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기업들은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우려도 표했다. 인도네시아고용주협회(Apindo) 신따 깜다니(Shinta Kamdani) 회장은 “운영자금 활용 범위를 넓힌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이미 국내로 유입된 자금에 과도한 제한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리와 예치 비용이 해외보다 높아지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빠라마디나대 경제학자 위자얀또 사미린(Wijayanto Samirin) 교수는 “유동성 공급과 정부 전략사업이 국영은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국영은행에만 배정된 200조 루피아(약 17조6000억원)와 추가 76조 루피아(약 6조7000억원)의 유동성 공급 사례를 언급하며 “민간은행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BCA 은행 다비드 스무알(David Sumua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민간은행의 외화예금이 국영은행보다 많아 수출대금을 일괄 이전하면 외화 유동성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은행은 외환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확충해 왔기 때문에 단기간 자금 이전은 운영 전반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자들이 이를 외환 규제 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자본 유출과 루피아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부 수출기업이 합법적 절차를 활용한 단기 스와프 거래를 통해 자금을 해외로 이동시키는 관행도 차단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독해야 한다”며 “시장 심리는 빠르게 변하고, 외화 유동성은 단기간에도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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