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 문턱이다. 그러나 모든 이가 평온한 얼굴로 그 문턱을 넘는 것은 아니다. 그 곁에서 조용히, 그러나 가장 정성스러운 손길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장례 메이크업사 글로리아 엘사 후타소잇(Gloria Elsa Hutasoit·42)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수년째 자카르타에서 장례 메이크업사로 일해온 그는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지 깨닫는다. 미소를 띤 얼굴로 떠나는 이들을 보면 비워내야만 평온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그에게 이 일은 생계를 위한 직업이기 전에 마음의 훈련이 필요한 일이다. 호출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애도의 기운이 가득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는 “집중력과 규칙적인 생활, 그리고 기도가 마음을 지탱해 준다”며 기술보다 마음의 체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간호사이자 교회에서 장례 봉사를 해온 어머니를 보며 글로리아 씨는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마지막을 돌봐야 할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처음 맡았던 고인은 폐지를 주우며 살았던 이모였다. “마지막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신의 신부’로 준비해드리고 싶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장례 메이크업은 일반 화장과는 전혀 다르다. 딱딱하게 굳은 피부, 얼룩과 상흔, 검게 변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훼손된 부위를 복원하는데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유족이 슬픔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오로지 고인을 단정하게 보내는 일에만 집중한다.
최근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젊은층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periasjenazah.gloriaelsa)에 장례 메이크업 과정과 정보를 공유하며 편견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한때 기한이 지난 화장품 기부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장례식장에 직접 기부해 달라고 안내한다. 그는 “가난한 유족이나 무연고 시신에는 관, 매장비, 앰뷸런스 같은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우리는 대개 죽음을 등지고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그 두려움 속으로 걸어 들어가 남겨진 사람들이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돕는다. 글로리아 씨의 손길은 단순한 화장이 아니라, 이별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마지막 돌봄이다. 세상에서 가장 적막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일. 그의 이야기는 그런 노동이 더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인니투데이 사회부
[저작권자(c) 인니투데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