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했던 커피 여행
-이주실
7월 9일 오전. 지인과 함께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 커피 관련 강의가 있다 하여 한인회 문화회관을 찾았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주차장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 들어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 일찌감치 문화연구원 팀원분들이 다과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이미 강사님과 수강생 몇 분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인니문화연구원에 처음 와본 것이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인도네시아 전통악기, 그림, 와양 등등에 눈이 많이 갔다. 한눈에 이 공간을 오랫동안 채우고 꾸며왔을 분들의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한 애정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더 일찍 와서 천천히 둘러 보고 싶다.
커피…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본다.
나는 커피 외에 다른 음료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카페인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아 하루에 대여섯 잔의 커피를 마셨었는데 나이가 든 지금은 하루에 두 잔 정도를 마신다. 집에 있을 때는 블랙커피로 2잔, 외출 기회가 있어 카페에 가게 되면 잘 만들어진 카페 라떼로 한 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언 30여 년을 거의 매일 커피를 마시고 있고,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기분이 살짝 가라앉는다거나 두통이 오기도 하는 걸 보면 내 인생 유일하게 ’중독‘된 것이 커피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행히 커피 중독은 담배나 마약, 알코올 중독과는 달리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죄책감 없이 죽는 그날까지 커피는 나와 함께 할 것이다.
아무런 지식 없이도 잘 마셔온 커피에 대해서 강의를 듣게 된다니 왠지 새로운 친구를 소개받는 기분이 들어 설레이기까지 했다. 커피에 대해서 몰랐을 때도 이렇게 마실 때마다 행복했는데 조금 더 알게 되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강의 제목은 ‘한 잔의 커피로 떠나는 미각 여행. 블랜딩은 예술이고, 커핑은 발견입니다’로 최명식 강사님께서 긴 시간 동안 쉽고 재미있게 수업을 이끌어 주셨다. 원두의 생김을 직접 비교해 보고, 향을 맡아보고, 시음도 하니 강의 내용이 잘 이해되고 기억할 수 있었다. 특히 커피 원산지인 인도네시아에서 이 땅에서 난 커피로 수업을 하니 더욱더 좋았다.
이 강의를 통해서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블랜딩과 싱글오리진의 의미, 커피 원산지, 프로세싱의 종류 등 막연히 듣고 지나쳤던 커피에 관한 용어와 지식을 정확히 배울 수 있었고, 이러한 배움 덕에 길지만 단조롭던 나의 커피 인생에서 다른 맛도 시도해 보고 싶은 호기심과 용기가 생겼다.
평소에는 구수하고 진한 다크로스트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수업 중에 시음해 본 아라비카 품종의 발리 킨타마니의 풍부한 맛에 반해 얼마 전에 원두 시장에 가서 발리 킨타마니 원두를 구입하여 마시고 있으니, 나의 커피 인생은 예전보다 풍요로워졌다. 커피를 내리기 전 이번에는 어떤 커피로 마셔볼까… 선택하는 재미까지 생겼다.
장시간 추출하지만 커피의 향과 맛을 가장 잘 보존하는 더치커피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주는 기계도 신기했고, 강사님께서 반둥에 있는 커피농장 투어도 진행하신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만큼 재밌었던 강의를 진행해주신 강사님과 특히 이런 좋은 강좌를 기획해서 열어주시고 수강생들을 위해 넉넉한 간식과 샌드위치, 과일까지 준비해 주신 한인니문화연구원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자카르타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이제 막 인도네시아와 자카르타를 알아가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기를 기대해 본다.

인니투데이ㅣ한인니문화연구원
[저작권자(c) 인니투데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