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총리 유언 놓고
형제간 갈등…유언장 조작 의혹
싱가포르 경찰이 리셴룽 총리의 동생 리셴양을 수사하면서 잠잠했던 형제 사이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3일 스트레이츠타임스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경찰은 리셴양 전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과 그의 부인 리수엣펀 변호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테오 치 헨 국가안보조정장관이 전날 의회에 밝혔다.
리셴양 부부는 2020년 선친인 리콴유 총리의 유언장과 관련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거짓 진술을 하고 허위 증거를 제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테오 장관은 “이들은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하고도 매우 노골적으로 정교한 거짓말을 했다”며 “부부는 경찰 출석을 거부하고 싱가포르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리셴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가족에 대한 싱가포르 당국의 박해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며 “국가 기관까지 동원되는 것이 무섭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가 2015년 별세한 이후 그의 유산을 놓고 자녀들의 불화가 발생했다.
갈등의 핵심은 리콴유 전 총리의 자택이었다. 일곱 번째로 작성된 마지막 유언장에는 옥슬리가 38번지 자택을 사후에 허물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6번째 유언장에서는 빠졌던 내용이 최종 유언장에는 다시 포함됐다.
차남인 리셴양과 장녀 리웨이링은 이를 근거로 자택을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셴룽 총리는 “부친이 생존했을 당시인 지난 2011년 자택을 허물지 말고 수리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자택을 보존하도록 했다.
동생들은 리셴룽 총리가 아버지를 우상화하며 자택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아들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리 총리는 동생의 부인인 리수엣펀 변호사가 유언장 작성에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언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형제의 난’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형제들 간의 폭로전이 이어졌고, 갈등이 선거판으로 옮겨갔다.
2018년 총선에서 리셴양은 야당 전진싱가포르당(PSP)에 입당해 리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민행동당(PAP)을 공격했으나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부인 리수엣펀 변호사는 리 전 총리의 최종 유언장 작성에 개입해 직업윤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020년 15개월간의 변호사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