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장•차관 또는 지정 대표 통해 진행…
해양경비대 간 의사소통 채널 구축도”
중국과 필리핀 간 해상 충돌을 막기 위한 정상 간 직통 핫라인이 개설될 예정이라고 A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 차관이 참석한 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AP는 “해양 문제에 관해 필리핀과 중국 지도자가 지정하는 대표들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여러 채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합의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국 핫라인 회담은 “외교부 장•차관 또는 지정된 대표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통신은 필리핀 관리들이 “해당 합의 이행을 규율할 지침에 대해 중국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해양 경비대 간 새로운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한편 학계의 해양 포럼 개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월 베이징을 방문했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비상 실무 차원 핫라인 개설이 합의됐으나, 같은 해 8월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서 양국 간 충돌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이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직통 핫라인’ 개설에 관해선 즉답하지 않았으나 양국이 지난달 소통 강화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시종 필리핀과 대화•협상 방식을 통해 해양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 힘써왔다”며 “이달 초 열린 중국-필리핀 남해(남중국해) 문제 협상 메커니즘 제9차 회의에서 양측은 양국 해양 소통 메커니즘 완비에 관해 교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양국은 외교(당국)•해경 간 해양 문제 소통•대화를 강화하고 해상 상황 안정과 중국-필리핀 관계의 대국(大局)을 함께 지키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은 1999년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좌초한 자국 군함 수호를 명분으로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물자를 보급해왔으나 중국이 작년 8월부터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하고 선박 충돌로 접근을 차단하자 필리핀이 강력하게 저항해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돼왔다.
특히 지난달 17일 토머스 암초에서 마체테(대형 벌목도), 도끼, 봉, 망치 등으로 무장한 다수의 중국 해경이 모터보트로 비무장 상태 필리핀군 병사들이 탄 보트를 고속으로 들이받는 등 격렬하게 충돌했고 이후 양국 외교 차관 회담이 개최됐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을 긋고 이 안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필리핀은 강력히 저항해왔다.
필리핀의 제소 끝에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남중국해 장악을 위해 군사적 행동을 서슴지 않아 왔으며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 이후 그 강도를 높여왔다.
토머스 암초 충돌 이후 미국은 올해 필리핀과 연례 ‘발리카탄’ 군사훈련을 필리핀 영해 밖인 남중국해에서 실시함으로써 중국의 일방적인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행보를 견제했는가 하면 최근 유사시 동맹 필리핀에 대한 방어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SCMP는 “중국과 필리핀 대통령실 간 직접적인 의사소통 채널이 개설되면 남중국해 대립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