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불법체류, 멕시코 등 이어 5번째로 많아
필리핀 대사 “추방 기다리지 말고
귀국하거나 합법체류 서류작업 개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대적인 불법 이민 추방을 예고하자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자국인이 3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필리핀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주미 필리핀 대사관은 뉴욕•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7개 지역에 있는 필리핀 영사를 전원 소집, 필리핀인 불법 이민자들을 돕기 위한 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다.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주미 영사관이 워싱턴(의 대사관)에 모여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면서 “이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트럼프 캠프 사람들과 대화한 결과 자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을 대량으로 추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심각하다”면서 “지금 미국에는 불법 이민자가 많다”고 말했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이민 정책에 대해 정말로 매우 엄격할 것”이라면서 불법 체류 중인 필리핀 국민에게 추방을 기다리지 말고 자발적으로 필리핀으로 돌아가거나 신분을 합법화하기 위한 서류 작업을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미국 국토안보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필리핀인은 2022년 기준 약 3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멕시코(480만 명), 과테말라(75만 명) 등에 이어 5번째로 많은 것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누나인 아이미 마르코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이 문제와 관련해 우려를 나타내고 “강제로 송환될 수 있는 이 가족들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추방되는 필리핀 국민이 다시 본국에 자리를 잡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도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에서 안보, 이민에 이르기까지 집권 첫날에 계획했다고 말한 것은 확실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정부에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필리핀 변호사 아르네도 발레라도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에 트럼프 2기의 불법 이민 대량 추방 정책으로 “불법 체류 필리핀인들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레라는 이민 전문 변호사 같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법적 구제 등 여러 옵션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불법 체류 필리핀 국민은 이들로부터 법적 지침을 구하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