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브라힘 말레이 국왕
“지정학적 도전에도 양국 관계 강화”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두 번째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미국과의 ‘관세전쟁’ 우군 확보를 위한 연대 강화 행보를 이어갔다.
AFP통신과 신화통신, 현지 매체 더스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왕궁에서 열린 이브라힘 알마훔 이스칸다르 말레이시아 국왕 주최 환영식에 참석해 “말레이시아는 좋은 이웃이자, 친구, 파트너”라며 “중국은 말레이시아와 협력해 공동 발전을 추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발전 전략의 시너지 효과를 심화하고 상호 이익, ‘윈윈’을 위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자”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유교-이슬람 문명 대화’를 비롯한 문화, 관광, 인적 교류도 확대하자며, 말레이시아의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 역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국왕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지지하며 중국과의 무역·투자 협력을 확대하자고 화답했다.
이브라힘 국왕은 시 주석과 만난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는 “세계의 지정학적 도전 속에서도 양국의 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경제 통합, 공급망 협력 등을 강조했다.
조호주 술탄(최고통치자) 출신인 이브라힘 국왕은 지난해 1월 말부터 국왕 직무를 수행해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말레이반도 9개 주 술탄이 순번제로 5년 임기 국왕을 맡는다.
시 주석은 오후에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하고 양국 협력 강화 방안과 국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와르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한 관세 인하 확대도 논의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1박 2일간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전날 오후 2박3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의 최대 교역국이다.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2천120억 달러(약 302조3천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중국과 아세안 교역액은 약 9천800억달러(1천396조9천억원) 규모였다. 중국과 아세안 서로가 최대 무역 상대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이 미국의 ‘관세폭탄’ 위협을 받는 동남아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한다.
쿠 잉 후이 말라야대 교수는 “지역의 무게 중심을 중국으로 재조정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동남아와 연대하려는 계산된 행보”라고 말했다.
중국과 경제적 교류를 확대해온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의 고관세 표적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0일간 유예한 상호관세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각각 46%, 24%이며, 시 주석의 다음 순방국인 캄보디아는 49%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