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회담서 안보·경제 협력 합의…
차관급 ‘2+2’ 대화 신설
베트남을 방문 중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양국 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과 각각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두 나라는 양국 간 무역 활성화와 자유로운 국제 무역 질서 유지를 위한 협력에도 합의했다.
교도통신과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찐 총리와 양자 회담을 열고 국방 장비·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총리는 차관급 외교·국방 ‘2+2’ 대화 체계도 신설하기로 했다.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를 목표로 하는 ‘2+2’ 대화 첫 회의는 연내 일본에서 개최된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에서 일본이 방위 장비를 제공하는 제도인 ‘정부 안전보장 능력 강화 지원'(OSA)을 베트남에도 적용할 방침을 전했고, 찐 총리는 필요시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중 네 번째로 일본 OSA 대상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양국은 베트남의 해양 안보 능력 강화에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시바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베트남의 소중한 파트너로서 새로운 시대로 함께 걸어갈 것”이라며 OSA에 관해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찐 총리는 회담에 앞서 “이시바 총리 방문은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양국은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공동 보도문을 통해 밝혔다.
두 총리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등의 부문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탈탄소화와 디지털전환 노력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가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고, 동남아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규칙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찐 총리도 “양국은 국제 규칙에 기반을 둔 자유 무역의 국제 질서를 지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90일 유예에 앞서 베트남과 일본에 각각 46%, 24%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시바 총리의 베트남 방문은 이달 중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 이후 이뤄졌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순방을 통해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과의 ‘관세전쟁’ 우군 확보에 나선 것으로 평가됐다.
일본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는 필리핀, 베트남 등과 전략적 유대를 강화해왔다.
일본은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협력해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함께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시바 총리의 베트남 방문은 지난해 10월 1일 취임 이후 처음이다.
1973년 수교한 양국은 2023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일본은 베트남의 공적개발원조(ODA) 최대 지원국이며,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양국 간 교역액은 지난해 462억 달러(약 66조6천억원) 규모였다.
이시바 총리는 베트남에 이어 필리핀을 방문하고 30일 귀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