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부진 이후 화해 손길…
두테르테 부통령은 “유혈사태 원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필리핀 총선에서 예상보다 선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진영을 향해 화해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팟캐스트에서 두테르테 진영과 관계를 개선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남은 3년 임기 동안 자신의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적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가능한 한 추구하는 것은 안정이다. 그래야 우리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나는 항상 그런 것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다만 상원에서 결정되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해서는 “상원에 맡겨두도록 하자. (탄핵) 절차가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자”면서 거리를 뒀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중간선거(총선·지방선거)에서 두테르테 진영 후보들이 상원 의석 12석 가운데 최소 4석을 차지, 당초 여론조사 전망치를 넘어섰다.
반면 마르코스 측은 여론조사에서 예상된 9석을 상당히 밑도는 6석 확보에 그쳤다.
상원은 오는 7월께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해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상원의 3분의 2인 1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파면되고 평생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경우 두테르테 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꼽히는 2028년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고 두테르테 가문의 정치생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반면 두테르테 부통령 측이 상원에서 기존 12석과 이번에 뽑힌 12석을 합한 24석 중 최소 9석을 확보할 경우 탄핵을 확실히 기각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탄핵) 심판을 바란다. 왜냐면 ‘유혈사태'(bloodbath)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탄핵 심판에서 상원의원들이 어떻게 결정할지 예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또 2028년 대선 출마 여부는 내년 12월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월 예산 유용 의혹과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암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는 발언 등으로 하원에서 탄핵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