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테르테 ICC 체포 주도 인사도
경찰청장 승진
최근 총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정적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가까운 법무차관을 교체하는 등 일부 개각을 단행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A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실은 메나르도 게바라 법무차관을 경질하고 달린 마리 베르베라베 필리핀대학교 법학대학원 학장을 후임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게바라 차관은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체포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 입장을 대리하는 것을 거부한 바 있다.
필리핀의 법무차관은 재판 등 각종 법적 절차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게바라 차관은 ICC가 필리핀에 관할권이 없고 필리핀의 사법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같이 행동했다.
게바라 차관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 법무장관을 지냈다.
대통령 비서실장 격인 루커스 버사민 행정장관은 ICC의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에 대한 게바라 차관의 입장이 그의 경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또 임기를 마친 로멜 마르빌 경찰청장의 뒤를 이어 니컬러스 토레 경찰청 국장을 차기 경찰청장으로 선임했다.
토레 국장은 지난해 9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미국에서 아동 성범죄 등 혐의로 수배된 대형 교회 목사 아폴로 퀴볼로이를 체포했다. 이어 3월에는 ICC의 두테르테 전 대통령 체포·이송 작전도 주도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또 엔리케 마날로 외교장관을 테레사 라사로 현 외교차관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라사로 차관은 최근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중국 관리들과 회담을 이끌어 왔다.
예산관리부·재무부·경제기획발전부·통상산업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팀과 국방부·법무부·내무부 장관은 유임됐다.
버사민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 강화를 비판하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정책에 강력히 공감해 온 길버트 테오도로 국방부 장관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총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에 비해 부진한 결과가 나오자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국정 쇄신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