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 따른 것인지 확인해야”…
탄핵심판 일정 늦춰져
세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에 대한 최종 탄핵심판을 맡은 상원이 하원으로 탄핵소추안을 돌려보내 관련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A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상원은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소추안을 하원으로 돌려보내는 안건을 찬성 17표에 반대 5표로 통과시켰다.
상원은 탄핵소추안이 헌법에 따라 작성된 것인지 하원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지지자들은 상원의 이런 조치가 탄핵소추안 기각이나 다름없다면서 반발했다.
탄핵심판을 즉각 진행할 것을 요구해온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탄핵심판 절차가 벽돌 하나하나, 돌 하나하나씩 해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의무는 (탄핵) 심판을 시도하고 판결을 하는 것”이라면서 탄핵소추안을 하원에 돌려보내는 것은 헌법 조항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은 이번 조치가 탄핵소추안이 기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두테르테 부통령에게 상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덧붙였다.
상원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중순 열린 총선에서 두테르테 부통령의 아버지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진영이 승리하면서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의 동력이 약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총선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진영은 선출 대상인 상원 12석 가운데 6석을 차지, 애초 예상한 9석에 못 미쳤다.
반면 두테르테 측은 당초 기대치 이상인 4석을 얻었으며, 마르코스 측 당선인 6명 중 1명을 두테르테 측에 가깝게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했다.
상원 결정에 대해 단테 가트마이탄 필리핀대 헌법학 교수는 “하원은 (탄핵소추안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힐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결국 어제의 광경은 세라 두테르테에 대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또 다른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월 예산 유용 의혹,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암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는 발언 등으로 하원에서 탄핵당했다.
상원의원의 3분의 2인 1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파면되고 평생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