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태국 중국대사관 “中 핵심이익 훼손…
신장·시짱·홍콩 문제는 내정”
중국이 최근 태국에서 개최된 한 전시회의 작품 중 소수민족 및 홍콩 독립 관련 부분의 삭제·철거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외교 당국은 해당 전시물에 대해 “중국의 핵심 이익과 정치적 존엄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12일 중국공산당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주태국 중국 대사관은 이날 “신장(新疆), 시짱(西藏, 티베트), 홍콩 관련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라면서 “태국에서 열린 한 전시회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시짱 독립’, ‘동투르키스탄’, ‘홍콩 독립’이라는 허구를 노골적으로 조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태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방콕 예술문화센터(BACC)에서 ‘권위주의 정부’를 주제로 열린 전시에서 중국 정부 요청에 따라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과 홍콩 관련 전시물이 삭제·철거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당시 중국 정부 및 주태국 대사관이 관련 문제에 대한 논평에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으나, 사흘만인 이날 주태국 대사관 측이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항의의 뜻을 전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해당 전시회에서는 세계 권위주의 정부 간 관계를 보여주는 멀티미디어 설치물과 도표 등이 전시됐다.
삭제 조치 대상에는 이 전시물뿐 아니라 신장과 시짱을 상징하는 깃발과 엽서, 중국과 이스라엘 간 관계를 묘사한 엽서 등이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그간 소수민족 지역과 홍콩 통치문제를 외부와 타협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하며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중 중국 서부 시짱자치구에 대해서는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달라이 라마 등의 주장을 부정하고, 1951년 이 지역이 자발적으로 중국에 귀속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서부 지역인 신장의 경우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거주하는데, ‘동투르키스탄’은 이들 가운데 독립주의자들이 신장을 부르는 이름이다. 중국은 이 명칭이 외세 개입 속에서 탄생한 인위적 개념이며,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구호라고 보고 있다. 홍콩은 1997년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통치를 받고 있다.
일부 전시물의 삭제·철거와 관련해 갤러리 측은 “외교부를 통해 전달된 중국 대사관의 압력으로 이번 전시회가 태국과 중국 사이에 외교적 긴장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면서 갤러리가 홍콩, 티베트, 위구르 예술가의 이름을 가리는 것을 포함해 (중국 대사관의 요구에 따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주태국 중국 대사관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문화예술 교류를 구실로 정치적 조작에 가담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