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 군·해경 교류…
대만군은 美·필리핀 등 합동훈련 참관
필리핀 정부 내 ‘대만 전쟁 발발 시
개입 불가피’ 인식 확산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필리핀이 대만과 비공식적으로 안보·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일본 매체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의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필리핀이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대만을 (필리핀) 자국·지역 방위 구조에 서서히 비공식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필리핀이 대만군 고위 지도부, 해경 등 안보 관계자들과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대만 관광이라는 명목하에 비공식적인 만남이 있었다고 전했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행정부는 지난 4월 자국 공무원에 대해 대만 관리들과의 접촉 제한을 완화하고 대만인의 필리핀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필리핀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 같은 조치가 대만의 필리핀 투자·관광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양국 정부의 안보 협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의미도 있었다고 관계자들이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이어 4월 하순∼5월 초순 열린 미국·필리핀의 최대 연례 합동 훈련 ‘발리카탄’과 5월 하순∼6월 초순 미국·일본·필리핀 등이 진행한 다국적 합동 훈련 ‘카만닥’에 대만군 참관단이 각각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만닥 훈련 참가국들은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 북단 바타네스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중국 군함에 대응해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으며, 대만 측 요원들은 이 훈련의 도상계획에 참여해 미국 동맹국들의 협력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WP는 전했다.
또 이 무렵 양국 해경이 대만과 바타네스섬 사이의 바시 해협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또 바타네스 등 대만과 가까운 지역에서 비행장·항구 같은 인프라 건설 계획을 마련하는 등 이 지역 방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필리핀의 이런 움직임은 대만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자국이 불가피하게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
앞서 지난 4월 초순 로미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합참의장은 필리핀 북부 군부대에 대만이 침공당할 경우를 대비해 행동 계획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브라우너 합참의장은 “우리는 작전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대만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불가피하게 개입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르코스 대통령도 지난 6일 인도를 방문, 대만 문제와 관련해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 다수 필리핀 노동자가 살고 있으므로 정부 관리들이 대만에 들어가서 그들을 데려올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 내 필리핀 노동자는 20만여명에 이른다.
필리핀군은 실제로 발리카탄 훈련에서 대만 내 필리핀 국민을 자국으로 대피시키는 시나리오를 훈련하기도 했다고 한 소식통이 재팬타임스에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