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지난 4월 말레이 방문해
‘기술 이전’ 약속
중국이 말레이시아와 현지 희토류 정제소 건립을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될 경우 산업 지배력 유지를 위해 가공 기술의 외부 유출을 단속해온 중국의 보수적인 희토류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1일(현지시간) 중국이 자국 국영기업과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 나시오날의 합작투자로 말레이시아에 정제소를 건립하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중국의) 경쟁사인 호주 라이너스가 말레이시아 파항주(州)에 정제소를 이미 보유한 상황에서 중국이 말레이시아 미개발 희토류 매장지에 접근하기 위해 자국의 정제 기술도 넘길 준비가 돼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다만 중국과 말레이시아 관계 당국 및 카자나 측은 로이터의 사실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부연했다.
말레이시아 정부 추정에 따르면 약 1천610만톤(t)의 희토류가 현지에 매장돼 있지만, 이를 채굴·정제할 기술은 부족하다.
말레이시아는 또한 자원 유출 방지를 위해 가공되지 않은 광물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유일한 예외는 2022년 희토류 채굴 및 허가 기준 마련을 위해 진행한 시범 프로젝트뿐이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의 이번 협상은 말레이시아의 원자재 공급 역량과 현지 환경 규제 문제 등 장애물에 직면한 상황이다.
로이터는 “말레이시아가 정제소에 충분한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을지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주정부와 연방 정부 모두의 승인과 허가가 필요한 희토류 채굴의 환경 영향과 규제 문제는 말레이시아 측의 우려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와의 협상을 계기로 희토류 정제 기술 유출을 꺼리는 중국의 관련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로이터는 관측했다.
중국은 희토류 자석 추출과 분리, 제조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희토류 원소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이후 전기차·전자제품·방위 등 전 세계 후방산업이 생산 지연을 겪으면서 관련 업계는 희토류 공급원 확보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한편, 이번 협상은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희토류 기술 이전을 약속한 지 5개월여만에 이뤄졌다.
조하리 압둘 가니 말레이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은 지난 8월 “중국이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시 주석이 국영 기업을 통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