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부 살해 의뢰자 등
캄보디아인 공범 2명 행방은 오리무중
올해 1월 태국에서 캄보디아 전 야당 의원을 총격해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 형사 법원은 전날 살인과 무기 소지·사용 등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 에깔룩 패노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피해자 가족에게 배상금으로 총 170만 밧(약 7천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에깔룩에게 명령했다.
법원은 애초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그동안 범행을 자백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사실을 고려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에깔룩은 지난 1월 7일 한낮에 방콕 도심 카오산로드 인근에서 캄보디아 전 야당 의원인 림 낌야(사망 당시 73세)를 총격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범행 현장에 도착하는 모습과 3차례 총성이 울린 뒤 도주하는 장면이 모두 담겼다.
그는 범행 후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달아났고, 하루 뒤 현지에서 체포돼 태국으로 압송됐다.
에깔룩은 태국 수사당국에 청부 살해를 의뢰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에서도 의뢰자가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태국 경찰은 에깔룩을 고용한 캄보디아 남성과 림 낌야를 지목할 수 있게 도운 또 다른 캄보디아인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캄보디아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에깔룩이 도주할 당시 캄보디아 국경까지 차량으로 데려다준 운전기사는 함께 기소됐으나 법원은 암살 범행과 관련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림 낌야의 유족을 대리하는 변호인은 에깔룩에게 더 많은 배상금을 요구하기 위해 항소할 수 있다며 나머지 공범 2명을 검거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해 달라고 당국에 요구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이 사건이 최근 몇 년 동안 태국, 라오스, 베트남에 망명 중인 캄보디아의 반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살해·실종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전 림 낌야는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캄보디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캄보디아 야권 인사들은 훈 센 전 총리(현 상원의장)가 당시 총격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1985년부터 38년 동안 캄보디아를 통치한 훈 센 전 총리는 정치적 반대파와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등 인권 유린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23년 8월 장남인 훈 마넷 현 총리에게 권력을 대물림했으나 아직도 막후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