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차관, ‘범죄단지 배후 의혹’ 프린스그룹 관련설…
총리, 서면 해명 지시
한국 대학생이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고문당한 뒤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동남아시아 사기 범죄의 심각성이 다시 드러난 가운데 태국 정치권에서도 고위 관료들의 사기 범죄 조직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22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보라팍 탄야원 재무부 차관에게 온라인 사기 조직 연루설에 대해 서면으로 답변하라고 요구했다고 전날 밝혔다.
아누틴 총리는 내각 인사들의 사기 조직 연루 의혹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만약 누구든 죄가 있다면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태국 미국대사와 만나 초국가적 사기 범죄 대응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며 향후 양국 간 이 문제에 대한 추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누틴 총리는 또 자신이 직접 국가사기방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보라팍 차관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엑니띠 니띠탄쁘라빳 재무부 장관은 이달 초 보라팍 차관이 온라인 사기 조직 관련 자금을 추적할 태스크포스를 이끌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한 탐사보도매체는 보라팍 차관의 부인이 300만달러(약 43억원) 규모 암호화폐를 받았다며 사기 조직 연루설을 제기했으나 보라팍 차관은 이를 부인했다.
보라팍 차관은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범죄 단지 배후로 지목하며 제재한 프린스그룹과 관련된 태국 정치인 중 한 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은 캄보디아 최고 실세인 훈 센 전 총리의 고문을 맡는 등 정치권과 밀착해 사업을 키운 인물이다. 프린스그룹은 대규모 사기 범죄 단지를 운영해 막대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라팍 차관 외에 타마낫 프롬파오 부총리 겸 농업협동조합부 장관도 전날 온라인 사기 조직 연루설을 부인했다.
그는 야권과 일부 언론이 의문을 제기한 자산 형성 과정에 대해 “정치 입문 전부터 여러 사업에 참여했으나 어떤 불법 사업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며 거짓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미얀마·라오스·태국 3개국 접경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과 캄보디아·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에서 중국계 폭력조직 등이 운영하는 사기 작업장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들은 취업 광고 등으로 유인하거나 납치한 인력을 감금하고 사기 범죄에 동원한다.
지난 1월 중국 배우 왕싱이 태국에서 납치돼 미얀마 내 중국 사기 조직으로 끌려갔다가 구출됐다. 이후 중국과 태국은 미얀마 측과 공조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으나, 범죄조직들은 근거지를 옮기면서 세를 확산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