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패로 홍수방지 사업 부실 지적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갈매기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66명으로 늘었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중부에서 태풍 갈매기가 몰고 온 강풍과 폭우로 지금까지 6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피해가 큰 세부주에서는 거센 홍수가 마을과 도시를 휩쓴 가운데 49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실종 상태라고 현지 민방위 당국이 전했다.
수많은 주민이 집과 건물 지붕 등에 고립된 채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영상에는 도시와 차량, 도로가 물에 잠기고 차량이 물살에 휩쓸려 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또 전날 태풍 구조·구호 작업을 돕기 위해 이동하다가 남부 민다나오섬 아구산델수르주에 추락한 필리핀 공군 소속 슈퍼휴이 헬기에서 조종사 2명과 승무원 4명 등 6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필리핀군은 구조·구호 지원을 위해 4대의 헬기를 배치했으나 이 중 1대를 잃었다고 전했다.
기상 당국이 저지대나 해안 지역에서 최대 파고 3m 이상의 폭풍해일이 발생,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수많은 섬 사이의 페리 등 선박 운항이 중단돼 100개 가까운 항구에 수천 명의 승객과 화물트럭 운전사들이 발이 묶였다.
갈매기는 이날 오전 지속 풍속 시속 120㎞, 최대 풍속 시속 165㎞의 강풍을 동반한 채 필리핀 서부 팔라완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태풍은 이날 밤 남중국해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 정부는 갈매기가 남중국해를 지나 오는 6일 밤 베트남 중부 지방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하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 전문가 샤마뉴 바릴라는 AFP에 필리핀이 통상 매년 약 20개의 태풍·폭풍 피해를 입지만, 올해는 이미 갈매기로 20번째 태풍을 맞았다면서 연말까지 최소 3∼5개의 태풍·폭풍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대기 중 수분 함량이 높아진 결과 태풍이 더욱 잦아지고 강력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최근 취임한 파멜라 바리콰트로 세부주 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부에 260억(필리핀페소·약 6천400억원)의 홍수 방지 사업 기금이 지원됐지만, 현재 최대 수준으로 홍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바리콰트로 주지사는 부실한 홍수 방지 사업으로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반드시 조사해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태풍 등으로 홍수 피해가 잦은 필리핀은 지난 3년 동안 9천800건이 넘는 홍수 예방 사업에 약 5천450억 필리핀페소(약 13조2천억원)를 투입했다.
하지만 관련 사업 부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약 1조∼2조원대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온 가운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독립위원회를 구성, 관련 비리 조사·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