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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우림 파괴’ 팜유 대체 길 열리나…신개발 효모 주목

인도네시아 기름야자수 재배지/ 사진 : 연합뉴스

미국 C16 ‘팜리스’ 시판…
영국 배스대 연구 바탕으로
‘클린푸드그룹’ 창립

널리 쓰이는 팜유(palm oil)를 대체할 수 있는 기름을 생산하는 효모가 잇따라 개발돼 상업화됨에 따라 열대우림 파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가 16일 보도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팜유는 세계 식물성 기름 중 생산량 1위인 종류이며,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팜유는 식품용과 화장품용으로 많이 쓰인다. 특별한 냄새나 맛, 색깔이 없는데다가 상당히 고온에서도 성질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초콜릿, 샴푸, 피자, 치약, 마가린, 립스틱 등 온갖 식품과 화장품과 일상용품과 공산품에 팜유가 들어간다.

하지만 기름야자수는 적도 부근의 덥고 습한 저지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를 재배하기 위해 이 지역의 열대우림을 파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BBC 인용 자료에 따르면 세계 기름야자수의 재배 면적은 1970년 330만 헥타르에서 2020년 2천870헥타르로, 50년만에 8.7배가 됐다. 이 중 85%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있다.

2021년 기준으로 가치를 추산하면 세계 팜유 산업은 77조 원 규모이며 계속 늘어서 2028년에는 93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름야자 열매 /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C16 바이오사이언시스’는 최근 효모를 이용해 생산한 팜유 대체 기름을 ‘팜리스'(Palmless)라는 상표명으로 내놨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셰라 티쿠는 2013년 싱가포르에 갔을 때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을 태우는 연기 탓에 대기 질이 너무 나빠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인도네시아 농민들이 팜유를 생산하는 기름야자수와 다른 작물용 식물을 심기 위해 열대우림을 태우고 있었고, 그로 인한 연기가 바다를 건너 싱가포르까지 올 정도였다는 것이다.

전직이 투자은행가인 티쿠는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2018년 뉴욕에서 C16 바이오사이언시스를 차렸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이 회사는 최근 4년간 제품 개발에 전념해 팜리스를 내놨다.

팜리스는 팜유와 매우 유사한 성질을 가진 기름을 만들어내는 효모로부터 생산된다. 이 효모는 사탕수수로부터 만들어지는 당류를 먹이로 삼는다.

사탕수수는 이미 경작용으로 쓰이고 있는 농지에서 재배될 수 있으므로 기름야자수와 달리 열대우림을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

C16 바이오사이언시스 공보담당자는 이 효모를 이용해 기름을 만들어 수확하는 데에 1주도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기름야자수는 팜유 수확이 가능하려면 심은 후 몇 년이 걸리며, 대부분은 파종 후 7년이 지나야 생산량이 최대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공보담당자는 보습제, 영양오일, 비누 등 뷰티용품과 가정용품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제휴 협력을 하고 있다며 “식품 분야 진출은 2024년으로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기름야자수 재배지 / 사진 : 연합뉴스

팜유가 널리 쓰이는 또 다른 이유는 기름야자수의 재배면적당 기름 생산량이 다른 작물보다 많기 때문이다.

크리스 척 영국 배스대 생물공정공학 교수는 헥타르당 연간 기름 생산량이 기름야자수는 5천kg, 유채는 1천kg, 콩은 400kg이라고 설명했다.

C16과 별도로, 척 교수는 생물학, 화학, 기계공학, 화학공학, 식품학 등을 연구하는 동료들과 협업해 팜유를 대체할 수 있는 효모 기반 생산법을 개발했다.

척 교수와 동료들은 기름 생산량이 많으면서도 가혹한 여건에서도 잘 견디는 효모 균주를 개발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수백 세대를 거쳐 연구를 계속했다.

척 교수는 “효모를 아주 끔찍한 환경에 집어넣고, 살아남으려면 진화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자연적 과정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척 교수 팀은 이를 통해 메치니코위아 풀케리마(metschnikowia pulcherrima), 줄여서 ‘MP’라고 불리는 효모종의 독특한 균주를 얻었다.

이 균주는 생존력이 뛰어나며 먹이도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풀이나 음식 찌꺼기를 먹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척 교수의 설명이다.

기름을 수확하고 남는 효모 세포 찌꺼기도 낭비되지 않는다. 콩단백질 대체물 등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척 교수는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꼽으면서 “우리가 모델링한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재배되는 팜유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강조했다.

척 교수 팀은 공장 생산 규모로 이 기술을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앞으로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클린푸드그룹’이라는 사업체를 만들어 한 영국 슈퍼마켓과 제휴를 체결했다.

그는 맥주 생산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50만 L 크기의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에서 팜유를 생산하는 것을 5년 내에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사태 등으로 화장품과 비누 등 생활용품 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주원료인 팜유와 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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