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가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의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임기 종료 시점인 2029년까지 8%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고, 신임 재무장관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Purbaya Yudhi Sadewa)는 연 6~7% 성장을 공언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낙관론이 인도네시아의 구조적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질”이라며 “성장의 핵심은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충격에 대한 회복력”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여 년간 평균 5%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자원 호황이나 글로벌 위기 등 외부 자극에 출렁이기도 했지만 경제 체질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프라보워 정부의 경제 정책은 국가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상급식 프로그램 △300만 주택공급 사업 △마을협동조합 설립 △식량 단지 조성 △다운스트림 산업화 확대 △국부펀트 ‘다난따라’ 설립 등이 그것이다.
푸르바야 장관은 중앙은행(BI)에 보관된 휴자금인 초과예산잔액(SAL)에서 200조 루피아(약 17조1000억원)를 인출해 5개 국영은행에 투입했다. 표면적으로 차입을 피한 방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팬데믹 시기 시행됐던 BI와 재무부 간의 재정 분담 조치를 재가동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구조 개혁 없이 지속될 경우 경제 균형을 무너뜨리고 성장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유동성 공급이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려면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실행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고성장을 경험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의 회복기, 2000년대 자원 호황기,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국면은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생산성과 회복력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CSIS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교육·직업훈련 개혁, 규제 개선, 디지털·녹색 인프라 확대 등 생산성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민간·시민사회 간 협력을 통해 제도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프라보워 정부는 아직 방향을 전환할 시간이 있다.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생산성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성장 서사를 국가의 역량과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인도네시아는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가거나 더 큰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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