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기업가치 약 400억달러
스팩 합병 무산되면 IPO로
차량공유·배달앱 그랩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을 통한 뉴욕증시 데뷔를 준비중이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랩이 벤처캐피털인 알티미터캐피털매니지먼트 산하에 있는 스팩 한 곳과 합병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랩의 기업가치는 약 350억~400억달러(약 40조~45조원)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여 스팩 합병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랩은 합병 후 상장지분 사모투자(PIPE)를 통해 30~40억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금액이 달라질 수 있으며 논의 자체가 엎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그랩은 당초 예정했던 대로 정식으로 뉴욕증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을 수 있다.
WSJ은 그랩이 스팩 상장을 추진한다면 최근 스팩 열풍의 정점을 찍게 될 것으로 봤다. 스팩은 증시에 상장해 여기서 조달한 돈으로 유망 기업과 인수합병을 목표로 하는 껍데기 회사를 말한다. 지난해 주식 투자 바람을 타고 스팩 출범과 스팩 투자 열풍이 거센 상황이다.
할리우드 배우, 스포츠 스타, 전직 공화당 하원의장까지 잇따라 스팩 결성에 뛰어들고 있으며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스팩에 조달된 자금이 700억달러를 넘어서 전체 주식공개액 가운데 70%를 차지했다.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온라인 사진인화회사 셔터플라이, 온라인 대출회사 소셜파이낸스 등도 스팩 합병을 추진 중이거나 계약에 합의한 상태다.
한편 WSJ은 그랩이 기업가치를 최대 400억달러까지 평가받게 된다면 주요 투자자인 소프트뱅크, 우버, 토요타 등이 상당한 투자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피치북에 따르면 그랩은 2019년 펀딩 당시 몸값이 150억달러로 평가됐었다.
2011년 차량공유로 서비스로 시작한 그랩은 음식과 식품 배달, 핀테크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그랩, 우버, 도어대시 등 음식 배달앱의 몸값은 크게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