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4월 1일로 예정되었던 탄소세 시행 시기를 7월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31일 재무부 스리 물야니(Sri Mulyani Indrawati) 장관은 “탄소세 시행에 앞서 206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탄소중립 로드맵’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탄소세 시행에 필요한 몇 가지 규정을 다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스리 장관은 탄소세 시행을 위해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세부담 증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와의 중복 규제 문제, 조세저항 등이 그것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서는 국가별 탄소 배출 허용량, 탄소 가격, 규제 대상 산업군 등이 모두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스리 장관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탄소세를 1톤(tCO2eq)당 3달러에 불과하지만 프랑스는 49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원이 되는 모든 분야에 톤당 17.48달러를 부과하고 있으며, 콜롬비아는 동일한 조건에 4.45달러를 부과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19년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평균 탄소세가 톤당 75달러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9년 말 기준 국제 평균 탄소 배출 가격이 톤당 2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IMF의 제안은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스리 장관은 인도네시아가 탄소세를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이 때에 탄소세가 경제 회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재계에서는 탄소세 도입이 관련 산업과 국민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경기 침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탄소세 도입과 세율 수준은 반드시 공론화를 통한 심도 깊은 연구와 논의 후 사회적 합의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반발이 거세자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 탄소세 도입을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탄소세를 석탄발전소 외에도 펄프, 제지, 시멘트, 석유화학 등의 산업 분야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바하마 증권(Bahana Sekuritas) 경제분석가 사트리아 삼비얀토로(Satria Sambijantoro)는 탄소세가 톤당 5달러일 경우 도입 첫해 탄소세 세입이 29조 루피아(약 2조 4,535억원)이며, 10달러일 경우 57조 루피아(약 4조 8,22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니투데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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