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의 장기 생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의 평균 수명도 짧아지는 추세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올해 초 발표한 ‘100년 기업의 조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0년 이상 존속 기업은 약 8만개로 집계됐다. 일본이 4만5284개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16개사에 불과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2020년 이후 S&P500 기업의 평균 수명은 18년 내외로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2030년에는 Fortune 500 기업의 75%가 매각, 합병 또는 파산으로 사라지고, 기업의 기대 수명도 15년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인도네시아에는 식민지 시대부터 정치적 격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각종 경제 위기를 견뎌내며 100년 이상 지속해온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 포스 인도네시아(Pos Indonesia,1746)
1746년 8월 26일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총독 구스타프 빌렘 반 임호프(Gustaaf Willem van Imhoff)에 의해 설립된 이 우편회사는 바타비아(현재 자카르타)의 무역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했다. 첫 번째 우체국을 시작으로 댄델스(Daendels) 총독의 지휘 아래 대우편로(Great Post Road) 건설을 통해 중부자바 스마랑 등지로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오늘날 민간 택배 및 디지털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서도 포스 인도네시아는 전국 물류망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국영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 BRI(Bank Rakyat Indonesia, 1895)
BRI는 1895년 12월 16일 라덴 베이 아리아 위르자아트마자(Raden Bei Aria Wirjaatmadja)가 고리대금업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교사와 농부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소액금융 협동조합에서 시작됐다. 이후 정식 은행으로 발전했다. 네덜란드와 일본 식민지 시절 여러 차례 명칭을 변경했지만, 독립 후 방크 라키얏 인도네시아(Bank Rakyat Indonesia)라는 이름으로 재출범해 현재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은행 중 하나로 성장했다.
3. 유니레버 인도네시아(Unilever Indonesia, 1933)
1933년 12월 5일 레버 제프파브리켄 NV(Lever Zeepfabrieken NV)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유니레버는 북자카르타에서 비누 제조를 시작했다. 90년이 지난 지금 라이프보(Lifebuoy), 린소(Rinso), 방고(Bango), 도브(Dove) 등 유니레버의 브랜드는 인도네시아 가정의 필수품이 되었으며, 플라스틱 재활용과 빗물 활용 등 지속가능성 분야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4. 키미아 파르마(Kimia Farma, 1817)
1817년 네덜란드 식민 정부가 NV 케미컬리엔 핸들 라트캄프 앤 컴퍼니(NV Chemicalien Handle Rathkamp & Co.)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당시 열대성 질병 치료제를 공급했다. 1958년 국유화 이후 주요 제약 및 의료 유통망으로 성장했으며, 2001년 상장 이후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5. HSBC 인도네시아(HSBC Indonesia, 1884)
1884년 홍콩상하이은행(HSBC) 인도네시아 지점으로 설립된 이 은행은 초기에는 설탕 무역 자금 지원에 집중했다. 이후 소매, 상업,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적인 금융 기관으로 발전하며 인도네시아 금융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6. 페가다이안(Pegadaian, 1901)
1901년 설립된 페가다이안은 현재 수백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국영 전당포로 담보 대출을 비롯해 금 저축, 소액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7. 세멘 파당(Semen Padang, 1910)
1910년 서수마트라에 ‘NV Nederland Indische Portland Cement Maatschappij’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인도네시아 최초의 시멘트 공장이다. 1957년 국유화 이후 세멘 파당으로 사명이 변경되었으며 모나스 국립기념탑, 스망기 고가도로 등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국가 건설의 기반을 다졌다.
8. 삼뿌르나(Sampoerna, 1913)
1913년 수라바야에서 림 셍 떼(Liem Seeng Tee)가 설립한 삼뿌르나는 손으로 말아 피는 정향 담배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Philip Morris International)의 자회사로 인도네시아 최대 담배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9. 카빨 아피(Kapal Api, 1927)
1927년 고 소 롯(Go Soe Loet)이 설립한 카빨 아피는 인도네시아에서 포장 커피 시장을 개척한 회사다. 현재 중동과 아시아로 수출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10. 물띠 빈땅 인도네시아(Multi Bintang Indonesia, 1931)
1931년 수라바야에서 ‘NV Nederlandsch-Indische Bierbrouwerijen’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양조장은 그 유명한 ‘비르 빈땅(Bir Bintang)’을 생산한다. 이후 무알콜 음료로 사업을 확장하며 인도네시아 맥주 시장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니투데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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