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갈거야”
미아컴퍼니 노병진 대표
호주 유학시절 그가 입버릇처럼 친구들에게 하던 말이다. “난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갈거야. 그곳에서 시작할거야”라고.
광고회사 미아컴퍼니(PT. MIA)의 노병진 대표는 젊은 감각과 빠른 실행력으로 6년만에 다수의 캠페인을 성공시켰다.
10평 남짓한 차고에서 디자이너와 단 둘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 30여명을 이끄는 광고회사의 수장이 된 노병진 대표.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것이 끝은 아님을, 충분히 창대해질 수 있음을 32세의 이 젊은 CEO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
∎ 유년 및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
1992년, 그러니까 1살 때 부모님과 인도네시아로 오게 되었어요. 초·중·고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교육을 받았어요. 워낙 밝고 활발한 성격이다 보니 현지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히 인도네시아어를 익힐 수 있었죠.
운동도 잘했고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드럼 같은 악기 연주에도 소질이 있었어요. 어릴적부터 호기심이 많은 편이어서 이것저것 연구하고 배우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 첫 사회생활을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호주에서 대학을 다녔어요. 입버릇처럼 “난 인도네시아로 돌아갈거야”라고 말하곤 했는데 친구들은 그런 저를 의아해 했어요. 모르겠어요. 그저 막연하게 내가 있을 곳은 인도네시아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는 당시 한국 못지않게 보수적인 분위기였어요.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렇게 매정하고 엄격한 세상의 규칙들을 하나 둘씩 배워가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화교들의 사업 방식과 문화도 접하게 되었어요.
첫 직장은 할랄기관의 한국사무소였어요. 아버지의 추천으로 입사했죠. 그곳에서 식음료, 화장품 등에 대한 할랄 업무를 수행했어요. 그렇게 2년쯤 일하고 나니 꽤 인정받는 할랄전문가가 되어 있었어요. 그때 쌓인 지식과 경험은 지금까지 저에게 큰 자산이에요.
∎ 그렇게 인정받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할랄기관에서 일하면서 한국 기업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분들에게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아이디어가 좋다는 칭찬을 듣곤 했죠.
그러다 문득 제 모습을 보면서 뭔가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제서야 제가 뭘 잘했던 사람인지, 얼마나 열정적인 사람인지 떠올리게 됐어요. 크리에이티브에 자신도 있었고 미디어에도 익숙했던터라 시작이 두렵진 않았어요.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바빠지더라구요. 집 주차장 한 켠에 책상 두 개 놓고 시작했어요. 디자이너 한 명 고용하고 저는 그때부터 브로슈어 하나 들고 상가마다 돌기 시작했어요. 작은 일 큰 일 마다하지 않았어요. 회사 만들고 1~2년간 만든 홈페이지가 100개는 될거에요. 5주따짜리 홈페이지를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만들어냈어요. 그때 저에게는 ‘성실함’이 제일 큰 무기였죠.
∎ 코로나19 영향은 없었나요?
오히려 제일 바빴던 것 같아요. 미친 듯이 기획안을 만들던 시기거든요. 그때부터 만든 제안서가 300편이 넘어요. 당시 여러모로 침체되어 있던 시기지만, 뭔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어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더라구요.
∎ 6년 동안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굳이 꼽는다면 미래에셋 캠페인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직원 모두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소중한 프로젝트였어요.
인도네시아 진출 당시 20위권이었던 미래에셋 증권이 자타공인 인도네시아 1위 증권사로 발돋음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여타의 많은 증권사들이 당시 저희가 진행했던 캠페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당시 미래에셋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OJK)로부터 MOST INNOVATIVE CONTENT AWARDS, MOST CSR CONTENT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죠.
이후 미아컴퍼니는 금융, 자동차, 식품, 의료, 패션,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을 수행했고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어떤 성과보다 자랑하고 싶은 게 또 하나 있어요. 6년 동안 미아컴퍼니는 조직 변화가 거의 없어요. 회사의 리더로서 이 부분이 가장 뿌듯합니다.
∎ 시장성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시장성은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를 진출하는 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거에요. 그것이 저희에겐 기회가 되는 것이죠.
∎ 새로 준비 중인 사업이 있으신가요?
기획쟁이다보니 항상 새로운 아이템에 눈이 가요. 최근엔 이커머스 사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좋은 파트너사가 있다면 함께 시작해보고 싶어요.
∎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한창 성장하고 있을 때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 능력, 팀워크, 조직 등을 빌드업해야 할 때 가장 예민해져요. 지금이 그런 시기이구요.
∎ 인도네시아 차세대 기업인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사업 규모를 더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으로 확장 할수 있는 글로벌 회사로 발돋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꼭 조언하고 싶은 게 있나요?
네트워킹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 사람’을 아끼고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현지인들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믿어주고 이끌어주면 100%, 아니 200%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미아컴퍼니 : 현대자동차생산법인, 롯데 초코파이, 대상, 키스뉴욕, 매경, 유니레버, BSD 브리즈 백화점, 미래에셋, 키움증권, 뚜레주르, MAY BANK, KB 발부리, KB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MBC,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코이카, 대홍기획, 오프코스 티비, 화승 인도네시아,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제일푸드, 코비, MOP, 월드옥타 인도네시아 등 다수 캠페인 수행.
인니투데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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